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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7일간의 세계여행] 35. 짜릿한 사막 샌드보딩, 그리고 환상의 오아시스
[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리마를 빠져나간다. 인도에서 온 나를 깜짝 놀라게 했던 현대적인 대도시 리마, 그러나 변두리 지역에는 건조지대만 계속된다.

리마에서 멀어질수록 페루인들의 삶이 급격히 노후화되는 게 눈으로 보인다. 멀리 보이는 메마른 사막과 가까이 보이는 허물어질듯 초라한 벽돌집들이 차창 밖으로 멀어져간다. 화려하고 현대적인 리마와 그 외곽 풍경은 도저히 같은 나라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물리적인 거리는 서울~인천인데 심리적인 거리는 뉴욕~아프리카 오지 정도일 만큼 놀랍기만 한 풍경이다.


사막 같은 건조한 풍경을 버스로 5시간이나 달려 도착한 곳은 이까(Ica)다. 이까 시내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사라진 초창기 마티즈가 택시가 되어 돌아다닌다. 게다가 인도의 오토릭샤도 많이 보인다. 이국의 꼬마차들이 돌아다니는 아까의 풍경은 이채롭다. 차가 신호등 앞에 설 때마다 젊은이들이 차 앞에 서서 물구나무나 저글링 같은 짧은 공연을 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공연에 감동한 운전자의 기부(?)를 바라는 공연이다. 이색적이긴 하다.


이까(Ica)에서 내려 차를 갈아타고 가까운 와카치나(Huacachina)로 간다.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 와카치나가 최종 목적지이다. 과연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물이 풍성한 오아시스 마을이다. 숙소와 식당들이 오아시스를 둘러싼 채 늘어서 있다. 하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여행자 중심의 관광업밖엔 없을 것이다. 말로만 듣던 사막의 오아시스에 와 있다.

인도의 사막과는 다른 풍경으로 여행자를 반기는 와카치나의 사막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막의 출현이 반갑기만 하다. 구름도 바람도 하늘도 변화무쌍한 사막이지만, 구름 사이의 강렬한 햇빛과 찌는 듯한 무더운 날씨는 계속된다. 건조한 모래바람이 불어와도 좋다. 사막과 오아시스풍경이 담긴 사진 한 장을 소유하게 된 것만으로도 이곳에 온 보람이 생긴다.


와카치나의 오아시스는 보자마자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건조하기만 한 모래의 땅에 느닷없이 나타난 오아시스, 저토록 풍부한 물이라니…. 사막과 오아시스가 저렇게 잘 어울리는 풍경이라는 걸 미처 몰랐다. 오아시스는 구름 드리운 하늘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는 오아시스를 넋을 잃고 바라본다.

이제 사막으로 샌드보딩을 하러 갈 시간이다. 버기(Buggy)라는 4륜구동 사막용 차를 타고 모래언덕을 오르내리며 샌드보딩을 즐기는 버기투어는 낙타등 위에서 터덜터덜 걷던 인도 자이살메르와는 다른 스피디한 사막투어다.


버기카를 타고 이리저리 사막을 건너 모래언덕에 오른다. 버기카의 운전사는 경험이 풍부한 중년의 아저씨다. 부드러운 모래사막을 이리저리 능숙하게 운전해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려가는 그의 솜씨에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버기카가 데려다 놓은 언덕에서 내려 사막 풍경을 바라본다. 고운 모래가 렌즈를 망가뜨릴까봐 카메라를 숙소에 두고 온 게 후회가 될 지경이다. 사막풍경을 실컷 바라보다가 드디어 샌드보딩을 한다. 사구의 위쪽에서 아래를 향해 보드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샌드보딩은 스릴 넘치고 재미있다. 모래 위를 구르고 넘어지다 보니 온몸 구석구석에 고운 모래가 알알이 들어가 박힌다.

낙타몰이꾼을 따라 낙타를 타고 갔던 자이살메르 사막이 서정적이었다면, 버기투어로 샌드보딩을 한 와카치나의 사막은 역동적이다. 고운 모래가 날아와 온 몸에 스며들건 말건 사막의 모래언덕을 누비는 기분은 최고다. 


샌드보딩이 끝나고 모래투성이가 된 몸을 씻는다. 오랜 시간 사막의 땡볕에 노출된 피부는 벌겋게 달아올라 가라앉지 않는다. 숨 막히는 사막의 더위를 온몸으로 체감하며 오후의 오아시스 마을을 서성거린다. 사막이 바로 앞인데 물과 나무와 리조트가 있다니 이 모든 게 마냥 신기해서 보고 또 본다. 오아시스는 사막과 하늘과 구름과 그 주변 나무들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다. 사방이 사막으로 둘러싸인 오아시스 마을에서 그 풍경을 만끽하는 즐거움, 이것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선물이다. 상상이 현실이 되었을 때의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쾌감이란 이런 것이다.


남미 대륙, 그 첫 번째 관문인 페루에 도착한 것이 이틀 전이다. 어제만 해도 대도시인 리마 시내를 의무감으로 돌아다녔는데, 리마를 벗어나 사막에서의 즐거움이 남미에 첫발을 디딘 여행자의 걱정을 한방에 날려주었다. 사막과 오아시스를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이다. 오아시스 주변의 많고 많은 레스토랑 중 한 곳을 골라 저녁을 먹고 오아시스의 밤은 시원한 맥주로 마무리한다. 리마에서 이까로, 와카치나의 샌드보딩까지 되돌아보는 하루가 길다. 맥주는 꼴깍꼴깍 잘도 넘어가고 사막에도 해가 저문다.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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