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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0만원 주면 900점 받아준다”…토익 대리시험의 유혹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취업과 승진의 필수요소로 연간 200만 명 가량이 응시하는 토익(TOEIC) 시험이 끊이지 않는 ‘대리시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점점 더 지능화되는 부정 행위를 막기 위해 주관사가 노력하고 있다지만, 대리시험의 유혹은 인터넷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15일 본지 기자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토익 대리시험 관련 연락처에 의뢰인을 가장해 문의를 남기자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답변이 돌아왔다. 


실시간 상담이 가능한 사이트를 운영하는 전문적 업체부터 개인으로 보이는 사람까지 다양했다.

900점 이상의 고득점 가격은 보통 400~500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대부분이 절반 정도의 금액을 선불로 낸 후 성적이 나오면 잔금을 치르는 방식이다.

시험 전 대리응시자와 직접 만나 눈 앞에서 실력을 확인할 기회를 제공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조직화된 대리시험 업체를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 상담자는 적발시 처벌을 우려하는 기자에게 “여기는 용돈벌이로 시험 봐주는 개인이 아니라 전문업체”라고 안심시킨 뒤 “대화 상대방이 경찰일 수 있기에 재상담은 하지 않는다. 먼저 신분증을 찍어 보내면 신원조회 뒤 우리 전화번호와 진행방식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돈만 받고 연락을 끊는 사기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실제 대리응시로 적발되는 사례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엔 대리시험으로 의뢰인들에게 만점에 가까운 토익 점수를 받아준 대기업 회사원 A(26)씨가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A씨는 이전에도 조직적 대리시험 단체에서 시험을 치르는 ‘선수’로 활동하다 검거된 경험이 있지만 이후 또 다시 개인적으로 대리시험을 보다가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는 대리응시자와 의뢰인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으로 신분증을 재발급 받아 대리시험을 치는 수법이 등장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토익위원회는 “신분증 검사 및 얼굴대조를 통한 신분 확인을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하고, 교실 감독자 부정행위 예방 교육 실시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A씨 사례의 경우 사진을 합성한 신분증도 아닌 ‘단순’ 대리시험이었지만 감독관이 적발해내지 못했다.

토익위 관계자는 “사이버신고센터를 운영해 부정행위 사전 예방을 하고 있으며 ‘부정행위 특별조사팀’이 각종 커뮤니티 및 인터넷 게시판 등을 상시 모니터링한 뒤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익 대리시험 수사를 했던 지능범죄 담당 경찰 관계자는 “토익 대리시험의 경우 현장 적발보다는 사후 제보에 의해 수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시험장에서 감독관이 의심이 든다 해도 만약 대리시험이 아니면 감독관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는 비난을 감수하기 두려워 적발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한다”고 했다.

연간 200만명 가량이 응시하는 ‘국민 영어시험’에 걸맞는 신뢰도를 위해 이같은 지능적 대리 시험을 근절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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