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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메르스 휴업후 첫 등굣길…불안한 학부모 vs 들뜬 아이들
[헤럴드경제=서경원ㆍ배두헌ㆍ이세진 기자]“이리 오세요. 그냥 들어가면 안 돼. 손 소독하자. 두손 다 내밀어야지. 자, 양손 비비세요.”

메르스로 휴업 조치가 내려졌던 전국 유치원과 학교의 상당수가 15일부터 정상 수업에 들어갔다.

교사, 학생 모두 일상을 되찾고 있지만 확산 일로를 벗지 못하고 있는 메르스 때문에 학교와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방배초등학교. 일주일만에 휴업을 마친 후 첫 등굣길에선 활기참과 긴장감이 동시에 엿보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휴업을 했다가 15일 오전 정상 수업을 재개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이날 오전 8시15분 교문 앞은 교장, 교감, 학급 교사, 보건교사, 학교보안관 등 10여명과 물밀듯 등교하는 학생들이 뒤섞이면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들 교직원들은 학생 1000여명과 교직원 90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손 소독과 체온 검사를 실시했다.

학생들은 이런 풍경이 낯설다는 표정이면서도 오래만에 친구들을 만나 좋은지 들뜬 모습을 보였다.

5학년 송지성(11) 군은 “집에서만 지내는 동안 친구들도 못 만나고 기분이 가라앉았었다”며 “오랜만에 학교에 왔는데 선생님들이 다 나와서 소독을 해 줘서 신기하다”고 말했다.

손 소독과 체온 검사를 몰래 지나친 학급 친구를 선생님께 데려가 “얘 소독 안했대요”라며 이르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휴업을 했다가 15일 오전 정상 수업을 재개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하지만 학부모들의 마음은 아직도 좌불안석이었다. 학교 결정에 따라 일단 아이들을 등교시키긴 해도 아직 메르스 위험이 잦아들지 않은 터라 마음이 썩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2학년 학생을 자녀로 둔 이주연(41) 어머니는 “주말이 지나면 메르스 사태가 좀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계속 안좋은 뉴스가 나와서 아직 학교를 보내기엔 불안하다”며 “지난 5일 휴업하는 동안 남편과 번갈아 휴가를 내면서 아이를 집에서 보살폈는데, 좀 힘들더라도 차라리 더 데리고 있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 병설유치원에 여섯살짜리 자녀를 보내는 최유정(41) 어머니는 “아직도 불안한 상황이고 유치원은 초등학교와 달리 그냥 안 보내고 집에 데리고 있어도 괜찮지만, 분위기상 ‘극성이다’라고 할까봐 보낸다”며 “아이만 신났다”고 말했다.

배성숙 방배초 교장은 “지난 금요일 서울시교육청 공문을 받고 학부모에게 휴업 연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602명 중 휴업 연장에 찬성한 학부모가 203명, 반대한 학부모가 399명이어서 등교 재개를 결정했다”고 했다.

또 “등교 재개 첫날이라 모두가 긴장하는 분위기지만 학부모들이 열이 있는 자녀는 자체적으로 등교하지 않도록 하고, 또 마스크도 씌워서 보내주시는 등 협조가 잘 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휴업을 했다가 15일 오전 정상 수업을 재개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이번 메르스 사태의 진앙지로 꼽히는 삼성서울병원 인근 대왕초등학교도 이날부터 학생들을 등교시켰다.

오랜만에 등교하는 아이들을 메스르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해맑은 모습이었다. 학생들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학교 교문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 학교 1학년 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A씨는 “아이들은 학교 간다니까 좋아하는데, 솔직히 엄마 입장에선 보내놓고도 불안하다”며 “엄마들끼리 얘기해봐도 확산세가 잠잠해질때까지 휴업을 조금 더 연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학교에 나왔다 다시 귀가하는 학생도 있었다. 2학년 여학생의 손을 붙잡고 교문을 나오는 학무모 B씨는 “아이가 천식이 있는데 학교가 지난 금요일에 전체 염소 소속을 실시해 냄새가 남아있다”며 “아이에게 자극이 돼 수업을 받기 힘들것 같아서 집에 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삼성서울병원과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불안한 면이 있지만 아이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등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휴업에 들어갔던 전국의 2463개 유치원과 학교가 이날부터 수업 재개에 들어갔다. 14일 오후 3시 집계기준으로 2903개 중 440곳을 제외한 유치원·학교가 집단 휴업조치를 종료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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