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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풍백화점 사건을 판소리로…오세혁 작가 “잊지 않고 있다면 언젠가 해결할 수 있어”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우리는 죽기를 각오했노라/이 라면박스 위에/우리의 신상명세를 적겠노니/우리 중 하나라도 돌아가지 못한다면/사랑하는 가족에게/이 소식을 전해다오”(유월소리 中)

20년 전 강남 한복판에서 백화점이 무너져내리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끔찍한 현장을 목격한 민간인들도 자발적으로 구조에 참여했다. 이들은 위험하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면박스에 자신의 신상을 적고 무너진 건물 더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오는 29일은 삼풍백화점이 무너져내린지 20년째 되는 날이다.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일어난 뒤에도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인재(人災)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삼풍백화점 사고 당사자들을 위로하고, 당시의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해 창작판소리 ‘유월소리’를 선보인다. 안숙선 명창이 작창과 소리를 맡고, 오세혁(34ㆍ사진)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 대표가 대본을 썼다. 공연은 오는 7월 3일 서울시청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개최된다.

최근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세혁 작가는 “삼풍백화점 사고 당사자나 유족보다는 민간구조대원들을 주인공을 삼았다”며 “자기 일도 아닌데 생면부지를 위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헌신성을 보여준 분들이 고맙고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 작가는 서울문화재단이 삼풍백화점 관련 유가족, 생존자, 구조대, 자원봉사자 등 100여명으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본을 썼다.

“민간구조대는 목수, 신문배달부 등 사고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었어요. 무슨 일인가 해서 사고 현장에 왔다가 너무 끔찍해서 돌아가지 않고 구조활동을 벌였던 거죠”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고통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 소속 배우 중 한명은 어린 시절 삼풍백화점 사고로 같은 반 친구 절반을 잃었다. 이 배우는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은 경기도 안산에 위치하고 있어 최근 일어난 세월호 참사의 비극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세월호 참사 때 함께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거 외에 제가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고통스러운 사람을 기억해주는 것은 고통을 겪어본 사람 밖에 없어요. 고통을 계속 잊지 말고 기억하고 있는다면, 당장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언젠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삼풍백화점 사고 당시의 비극은 슬프고 애타는 느낌의 계면조 등에 실려 안숙선 명창의 소리로 전달된다. 삼풍백화점 관련 자료는 시민청 시민플라자에서 열리는 기획전시 ‘기억 속의 우리, 우리 안의 기억, 삼풍’를 통해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전시는 오는 24일부터 7월 5일까지 개최된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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