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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오바마 = 낙타 10마리’
[헤럴드경제=김필수 기자]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몸값은 낙타 10마리였다. 당시 미국무부는 소말리아 알카에다 지도부들에게 총 33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알카에다는 바로 역공했다. 조롱을 섞었다. ‘오바마 현상금 낙타 10마리,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닭 20마리’. “과거 무슬림에게 낙타는 곧 오늘날의 달러였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붙였다.

무슬림에게 귀한 낙타가 한국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메르스(MERS) 탓이다. 실물 낙타 뿐 아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미국 담배 ‘CAMEL(낙타)’도 기피 대상이다. ‘메르스 담배’라는 오명이 붙었다. 해프닝이다.

사실 낙타는 우리에게 익숙치 않다. 원산지가 중동 또는 아프리카여서 인연이 멀다. 낙타등의 혹에 물이 들었는지를 놓고 다투던 어릴 적 기억이 아련할 뿐.


낙타와 우리나라의 인연은 악연으로 시작됐다. 고려태조 25년, 서기 942년이다. 거란은 낙타 50필을 보내며 고려에 러브콜을 보냈다. 태조는 “금수(禽獸)의 나라”라며 단칼에 내쳤다. 애꿎은 낙타들만 개경 만부교 아래에서 굶어 죽었다. 두 나라 사이는 완전히 틀어졌다. 고려 충선왕이 후에 이름 붙인 ‘낙타전쟁’이다.


“낙타의 코를 조심하라”는 중동우화가 있다. 추운 밤에 천막 안으로 낙타 코를 허용해주면, 이어 얼굴, 다리, 급기야 몸통까지 들어와 결국에는 주인이 쫓겨난다는 얘기다. 가볍게 여겨 처음에 방심하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진작 알았다면 이번 메르스 대처에 도움이 됐을까.

암튼 한국에 있는 낙타는 억울하다. 한국 내 46마리 모두 한국산 또는 호주산이다. 당연히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을 통한 메르스 감염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한다면 지나친 낙관일까.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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