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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DERS CAFE]김정은의 북한은 변하고 있는가
모란봉악단 창단·중국 드라마 방영 등
북한정권 체제 안정에 문화예술 활용
제한적이지만 유연성 보이고 있다는 방증

주민의식 변화는 사회의 행태변화 가져와
시장이 정보유통 기능의 場 역할 주목
개혁보다 혁신에 주안점…변화 한계 주장도



김정은 체제, 북한은 변하고 있는가. 김정은 체제가 공식적으로 출범한지 3년이 돼가고 있지만 북한의 전체 모습이나 세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는 주로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행보와 군사적인 측면만이 알려지는 데 따른 것으로, 북한의 실상을 이해하는데 오히려 왜곡된 상을 그려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연구학회가 발간한 ‘북한연구학회 연구총서’는 눈여겨 볼 만하다. 

총 5권으로 구성된 ‘북한연구학회 연구총서’의 대주제는 ‘김정은 체제:유산과 도전, 새로운 국가전략의 모색’이다. 특히 이번에 제 3권으로 나온 ‘김정은 시대의 문화:전환기 북한의 문화현실과 문화기획’은 특히 북한정권이 전통적으로 체제 안정에 문화예술을 활용했음을 볼 때 북한의 변화상을 이해하는 지침서가 될 만하다. 1996년 만들어진 북한연구회는 국내외 다수의 연구기관과 580여명의 다양한 분야 북한연구자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책에는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김성수 성균관대 교수 등 11명이 참여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김정은 시대의 핵심 키워드로 ‘혁신’을 꼽았다. 혈통 후계자로서 정통성을 얻은 김정은이 명실상부한 지도자로서 능력을 확인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15년 신년사를 통해 김정은이 ’혁신의 불바람‘을 일으키겠다고 한 것에서 확인된다.

‘김정은 시대의 문화정치, 정치문화’에서 전영선 건국대 HK연구교수는 김정은 시대의 문화정책 특징으로 김일성 시대의 감성과 김정일 시대 생활정치 계승의 연장선에서 김정은 체제의 새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창신(創新)’에 힘쓰고 있음을 제시한다. 모란봉악단 창단이나 유희장 정치, 마식령 스키장 건립 등은 대표적인 ‘김정은식 창신’의 사례라는 것. 2011년 해외 음악인 초청과 해외 작품 재창작, 2013년 은하수관현악단의 파리 공연 등은 북한의 대외문화교류 사업으로, 말하자면 문화분야의 ‘북한식 세계화’, ‘문화정책에서의 개방 행보’라는 것이다.

방송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선전도구로서의 기본은 유지하되 해외스포츠나 중국 드라마, ‘선정적인 공연’ 등과 같은 오락의 확대와 증산을 위한 경제선동 프로그램 방송 확대, 외부 세계 및 첨단과학기술 소개 등 내용에 변화가 있다.

이는 자본주의 문화로의 동화라는 문화적 세계화의 강력한 자장에 제한적이지만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식적으로는 자본주의 문화침투라는 이름으로 외래문화 유입을 불허하지만 보편적 세계 문화와의 괴리를 좁혀야 하는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미영 이화여대 통일학 연구원은 “세계화의 원심력적 영향하에서 시장화를 동력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외래문화 유입 현상이 북한 당국의 미온적 정책 변화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김정은 시대의 북한 문학동향’을 살핀 김성수 교수는 종래 선군에서 민생 쪽으로 다소 방향을 틀긴 했지만 사회주의 낙원이 현실에서 구현되지 못한 데 따른 공허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마식령 속도’. 2013년 12월31일 개장해 두어달 남짓 운영된 스키장 중간보고가 문학작품 등을 통해 생산된 게 없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선전체제 특성상 정책은 문학작품으로 생산돼야 마땅하지만 ‘마식령 속도’는 담론만 무성했지 정작 스키를 즐기는 인민들의 환희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표현되지 못했다 ‘사회주의 락원, 사회주의 문명국’에 살면서 물놀이장에 가고 스키를 타고 치즈를 먹는 등의 생활은 청년지도자의 욕망의 산물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년 간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서의 새로운 유행과 풍조현상을 분석한 김석향 교수의 글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1990년을 기점으로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그 차이의 주된 요인은 대내외적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으려는 주민들의 생존방식의 변화에 있다는 것. 저자는 일상적 소비생활에서 나타나는 ‘추세현상’을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으로 지목한다.

종합적으로 저자들은 북한이 개혁보다 혁신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정은 체제의 변화의 한계를 의미한다는 말이다. 특히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문화환경적 측면에서 전복현상이 발생하면서 일상문화를 통제하는 게 어려워짐에 따라 문화적 개방으로부터 주민들을 지켜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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