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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의 재구성] ‘인면수심’ 엘리트 家長의 비극적 말로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서초 세모녀 살해사건’의 주인공인 강모(48) 씨에 대해 결국 검찰로부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구형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11일 열린 강씨의 결심공판에서 강씨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앞으로 예상되는 경제난을 이유로 아내와 딸을 처참히 살해한 범행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관용이 허용될 수 없다며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또 강씨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은 이런 범행을 저지르고도 모든 것이 계획대로 잘 진행됐는데 자살을 못한 것이 실패라는 식으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강씨의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강씨가 주식투자 실패 등 때문에 공허감과 무력감에 시달리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장기화되면서 중등도의 우울증에 시달려왔기로 정상 상태의 범행이 아니었다며 선처를 호소했죠.

‘서초동 세모녀 살해사건’의 강모(48) 씨가 조사를 받은 뒤 경찰에서 나오고 있다. [헤럴드DB]

그러면서 강씨의 아버지가 몸이 아픈 와중에서도 사건 이후 동분서주하며 금전으로나마 자신을 원수 취급하는 사돈을 위로해주기 위해 남은 계좌와 재산을 모두 갖다주고 백배사죄했단 사실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강씨는 이 대목에서 조용히 흐느끼다 손으로 눈물을 훔쳤는데요, 재판부가 최후진술을 시켰으나 두손을 모은채 일어나 “없습니다”라고만 답했습니다.

변호인에 따르면 강씨는 중형을 받아 마땅하다 생각하고 하루속히 가족이 있는 하늘나라에 갈 것을 소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생을 더 살고 싶다는 의욕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것 같습니다.

강씨의 살해사건은 다섯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강씨는 새해가 시작된 지난 1월초 어느날 야심한 시각에 부인에게 와인 한 잔을 건냅니다. 부인은 의심 없이 받아 마신 뒤 곧 잠이 들었죠. 평소보다 잠을 이루게 됐는데 강씨가 와인에 수면제 가루를 넣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후로 4시간 뒤 강씨는 거실에 잠들어 있는 부인을 잔인하게도 손과 스파프를 사용해 목 졸라 죽입니다. 이어 담배 한 대를 피운 뒤 안방에서 자고 있던 작은딸까지 같은 방법으로 살해하게 됩니다.

또 20분 뒤 배가 아프다며 잠에서 깬 큰딸에게마저 수면제를 먹인 뒤 날씨가 추워지니 따뜻한 바닥에서 자라고 했습니다. 목 졸라 살해하기 쉽도록 함이었다군요.

서울 명문 사립대 출신 강씨는 2009년 경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한 뒤 중소기업 등에 취업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기를 반복했습니다. 이후 무직 상태에서 자신 명의의 11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6억원의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에 나섰지만 고스란히 이 돈을 날리게 됩니다.

하지만 6억원의 대출금을 갚고도 남을 아파트가 있었고, 아내의 통장엔 3억원이나 들어 있었기 때문이죠. 최악의 경우 양가에 도움을 청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로선 실직과 투자실패란 연이은 고비를 넘어서기 버거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패를 모르고 달려왔던 인생여정과 유독 자존심이 강했던 성격은 그같은 상황을 극복할만한 심적 체력을 만들어주지 못했고 결국 인면수심의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말았던 것입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강씨의 형량이 어떻게 결정될지 주목됩니다. 강씨에 대한 선거 공판은 오는 25일 열리게 됩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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