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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김아미]적격과 부적격
딱 석달 전이다. “이달 중순 쯤 관장 인선이 마무리된다”고 말했던 게 벌써 석달전이다. 새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 관장 자리 말이다.

2월 초 공모 신청을 마감한 인사혁신처는 3월말 최효준(63) 전 경기도미술관장과 미술평론가 윤진섭(60) 씨로 후보를 압축하고 고위공무원단 역량평가를 실시했다. 이 역량평가를 최 전 관장이 통과했고, 4월 초 공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 넘어갔다.

그로부터 또 두 달이 지났다. 그간 말들이 무성했다.

“홍익대 출신(윤진섭씨)을 뽑자니 말들이 많고, 서울대 출신(최 전 관장)을 뽑자니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인재가 없다. 둘 다 자격 미달이다.”

사실 미술계에서도 최종 후보였던 최 전 관장에 대해 국현 관장에 ‘적격자’라고 말하는 이는 드물었다. “그에게 과(過)가 없는 것은 공(功)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평도 있었다. 삼성문화재단 연구원 출신으로 전라북도도립미술관장, 덕수궁미술관장, 경기도미술관장 등을 지냈지만 미술계에서 딱히 ‘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8일 문체부는 최 전 관장에게 ‘부적격’을 통보하고 관장을 재공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결국 올해 1월부터 시작해 5개월을 끌어 온 국현 관장 공모는 무위로 돌아갔다. 이 지난한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난 10월 학예사 채용비리로 정형민 전 관장이 불명예 퇴진한 이후 국현 관장 자리는 8개월째 공석이다.

최 전 관장은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명동의 한 카페에 부랴부랴 회견 장소를 마련했다. 의제는 ‘누가 부적격을 말하는가’.

이 자리에서 최 전 관장은 막말 수준의 극언을 쏟아냈다. ‘문사코’. 문화부에 있는 사이코패스라는 뜻의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현 문체부 장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다. 홍대 출신 장관의 학맥 인사에 밀렸다는 의미로 ‘괄목홍대’도 거론했다. “부적격자는 내가 아니라 장관”이라는 말도 내뱉었다.

그의 말마따나 누가 누구를 부적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도긴개긴이다. 무책임하게 산하 기관장 자리를 비워놓는 문체부나, 그 기관의 수장이 될 수도 있었던 이의 막말이나 그저 바라보기에 피곤할 뿐이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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