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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까르띠에 등 20개 명품브랜드 쥔 남아공부호 “빈부차로 명품산업 곤란해질 것”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 기자] “부호들은 점점 부를 숨기게 될 것이고, 명품 산업은 점점 곤란하게 될 것이다”

마치 예언과 같은 이 선언은 전 세계 명품업계 ‘빅 3’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리슈몽 그룹의 회장 요한 루퍼트가 한 말이다.
그는 8일(현지시간) 모나코에서 열린 ‘럭셔리 서밋’에서 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루퍼트는 포브스 기준으로 69억 달러(7조7000억원)의 자산을 가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최고의 거부다.

요한 루퍼트 회장.

그가 명품 산업의 걸림돌로 꼽은 것은 사회 계층간 갈등이다. 루퍼트 회장은 “최근 기술의 발전이 실직을 이끌 것이라 예상한 책을 읽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실업을 부채질하면서 부자와 가난한 자의 긴장과 갈등이 확대될 것이란 내용이었다”면서 “이로 인해 부호들은 부를 숨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산층의 감소도 걱정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중간 계층을 줄이고 있으며, 이것은 사회구조적으로 공정하지 않다”면서 “부에 대한 증오와 부러움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 때문에 밤마다 잠에 들지 못한다고도 고백했다.

요한 루퍼트 회장 부부.

루퍼트 회장의 이 같은 부정적 예견을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집안이 그동안 탁월한 투자 DNA를 뽐내왔기 때문이다. 루퍼트 회장은 리슈몽의 창업가이자 회장이지만, 자신이 창업 1세대는 아니다. 그의 아버지는 창고에서 담배를 만들어 팔다 담배회사 램브란트를 세운 고(故) 앤톤 루퍼트로, 아버지 세대에서부터 부호 반열에 올랐다.

담배를 팔던 루퍼트 일가는 1960년대부터 명품 시장의 성장을 내다봤다. 던힐, 몽블랑, 까르띠에의 지분을 사들이던 중 1988년 아들 루퍼트가 명품 지주사 리슈몽을 세웠고 아예 본격적으로 최고급 명품 브랜드 인수에 나섰다.

요한 루퍼트 회장.

1996년 바쉐론 콘스탄틴(시계), 1997년 파네라이(시계), 란셀(가방)을 비롯해 1999년에는 프랑스 보석 브랜드 ‘반 클리프 앤 아펠’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까르띠에와 더불어 보석 부문에서도 라인업을 갖췄다.

2000년에는 예거 르쿨르트, 아 랑게 운트 죄네, IWC 등 최고급 시계 메이커들을 한꺼번에 인수했다.

2010년에는 프리미엄 온라인 럭셔리 쇼핑몰인 ‘네타포르테(www.net-a-porter.com)’도 리슈몽에 편입시키며 유통 채널까지 갖췄다. 올 3월에는 네타포르테를 이탈리아 프리미엄 쇼핑몰 ‘육스(Yoox)’와 50% 지분을 나눠 운영키로 했다.
 
리슈몽그룹이 거느린 브랜드들.

중국 명품 시장의 성장이 급속도로 이뤄지자 홍콩의 ‘상하이 탕’을 리슈몽 계열사로 끌어들이는 등 발빠른 모습도 보이고 있다.

대학을 중퇴한 후 아버지가 일군 부로 명품 사업에서 성공한 만큼 루퍼트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의 별명 ‘곰돌이 루퍼트(Rupert the Bear)’는 이 같은 세간의 비판적 평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투자자로서 탁월한 감각을 뽐내온 그의 마지막 이야기는 전 세계 부호들이 새겨들을 만한 것이라 평가받고 있다. 그의 자산은 연초 74억 달러에서 현재 69억 달러로 반년만에 5억 달러나 줄었다.

루퍼트 회장은 “우리 사회는 거대한 변화 속에 있다. 익숙해져야 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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