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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살 아이 감염될까 안지도 못해”…의료진ㆍ공무원 ‘메르스 앓이’
[헤럴드 경제=서지혜ㆍ박혜림 기자]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김모(32ㆍ여) 씨는 퇴근 후 최근 세 살 아들을 안아주기도 겁이 난다. 병원에서 일하고 있어 혹시나 본인이 메르스에 감염되지나 않았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김씨는 “하루 14명 정도 되던 환자가 요즘은 하루 한 명이 올까말까하는 수준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감염되는 사례가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예방을 철저히 하고 있긴 하지만 내 자신이 병균덩어리가 된 것 같아 차마 아이를 안아볼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계 종사자와 자가격리자들을 지원하는 공무원들이 ‘메르스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업무 특성상 메르스 환자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 없어 혹시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닌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실제로 병원 의료진은 이미 최악의 메르스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확진환자 17명 중 의사는 2명, 간호사는 1명이다. 이들은 모두 응급실에서 메르스에 노출돼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료진 218명이 14번 환자와 접촉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감염된 여성은 간병인이다. 60대의 이 여성 감염자는 병실에서 환자를 간호하자 15번 메르스 전파자에게서 병이 옮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병원 의료진들은 진료를 멈출 수도 없다.

서울 서초구의 한 소형병원 관계자는 “환자 수는 크게 줄었지만, 한 명의 환자라도 오면 진료를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대학병원에서 감염자가 나오면서 인근 주민들이 작은 병원으로 오기도 해서 감염될까 두려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자가격리 상태의 시민들을 지원하는 공무원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공무원들은 자가격리자가 감염 의심이 있는 상태인데도 주 1회씩 필요함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자택을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반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이 특별히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은 집 앞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뿐이다.

실제로 한 공무원은 “우리는 메르스에 걸려도 되는 것이냐”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감염자와의 접촉이 불가피한 이들에 대한 보호 및 지원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으면 직업의식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일부 병원에서는 감염환자를 피하기 위해 “고열환자를 받지 말라”는 내부 지침을 내린 사례도 있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이모(31ㆍ여) 씨는 “의료계 종사자 등 위험에 노출된 직업군에 대해 보다 면밀한 관찰을 해달라”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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