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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놈 목소리’ 이젠 잡을 수 있다…유괴ㆍ보이스피싱 목소리로 추적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애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감기약을 먹였더니 자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때 아빠한테 요구한 사항이 있을 텐데요. 준비가 됐나 모르겠네요?…준비됐으면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이형호군 유괴ㆍ살인사건’의 범인이 남긴 협박전화에 녹음된 목소리다. 지난 1991년 1월 29일 아홉살 이 군을 유괴한 범인은 40여차례의 협박전화 끝에 사건 발생 43일 만에 이 군을 차가운 시신으로 돌려보냈다. 2006년 공소시효가 끝나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2007년 영화 ‘그 놈 목소리’로 만들어져 다시 한 번 전 국민의 안타까움을 샀다.

[사진=게티이미지]

앞으로는 이처럼 범인의 목소리를 잡아내고도 추적 못하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용의자의 음성을 분석해 나이나 고향 등 신상정보를 파악하는 시스템이 조만간 상용화되기 때문이다.

1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시작된 용의자 음성 식별을 위한 한국인 표본 음성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및 자동화자 확인시스템 개발 사업이 2016년 말께 마무리된다. 2017년 상반기 상용화될 예정이다.

대검찰청 음성분석 의뢰 처리 건수 [자료=대검찰청]

사업이 완료되면 119 신고나 폭발 협박, 납치 등 긴급 사건에서 음성이 유일한 단서인 경우, 성별ㆍ연령ㆍ방언별로 수집된 한국인 표본 음성 DB을 통해 용의자의 신원을 신속히 추정할 수 있게 된다. 범인의 음성과 가장 유사한 음성을 찾아내거나 범인과 특정 피의자의 음성이 동일한 지 비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사람의 목소리는 지문이나 DNA처럼 독특한 음성 특징을 가진다는 점에서 착안한 일종의 ‘음성 프로파일링’이다. 미국, 독일, 러시아 등 해외에서는 이와 유사한 범죄 수사용 음성 식별 시스템이 개발돼 수사기관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최근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대출사기 등 범인 목소리가 단서가 되는 범죄가 급증하면서 용의자 음성 식별 시스템이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경찰청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4월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178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2% 증가했다. 또 이 기간 검거 건수는 1531건, 검거 인원은 2252명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08%, 112.2% 늘어났다.

이에 따라 대검의 음성분석 처리 건수도 2010년 173건에서 지난해 1162건으로 5년 새 무려 7배 폭증했다.

대검은 지난해 성별ㆍ연령ㆍ방언별로 무작위 추출한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1차 DB 수집을 마쳤다. 올해와 내년 2ㆍ3차 수집을 통해 총 3000명의 음성 DB를 구축할 계획이다. 관련 기술과 시스템 자체는 이미 상당 부분 완성돼 있어 1차 DB만으로 범죄 수사에 즉각 활용할 수도 있다.

대검 관계자는 “‘그놈 목소리’ 때는 음성 DB가 없었지만, 이제는 강력범죄를 비롯한 모든 범죄 수사에서 이를 활용해 용의자군을 좁혀낼 수 있다”면서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많은 음성 표본을 확보한 곳이 없어 학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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