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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이태형]메르스와 한국식 간병문화
한적한 시골길을 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효자비를 만나게 된다. 옛 문헌에서도 효자ㆍ효부들의 효행을 찬양하면서 이를 기리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부모님이 병환으로 몸져 눕자 밤새 옆에서 간호하며 종기 고름을 입으로 빨아내는가하면, 단지(斷指) 수혈로 임종에 임박한 부모님을 살린 일화들이 소개돼 있다. 효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모습들이 미풍양속으로 전해져 왔다. 이는 한국적 정(情)의 원천이기도 하다.

하지만 메르스를 계기로 전통적인 간병 문화를 다시 곱씹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온다.

10일 오전 현재 108명의 메르스 확진자 중에서 환자의 가족이나 보호자, 간병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명)를 넘었다. 의료진 감염자(9명)의 배를 넘는 수치다. 여기에 병문안을 온 일반인까지 더하면 10명 중 3명꼴이다.

가족이나 친척, 지인이 아프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정해진 시간을 엄격히 지킬 것으로 요구하면 행정편의적이라고 불멘소리를 하는 것이 다반사다.

특히 아직까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의 간병이 정착돼 있지 않은 한국에서는 가족 간병이 일반적이다. 하루종일 환자와 함께 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고 대화를 하다보면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셈이다.

누가 입원했다고 하면 지인들은 병명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도 병실부터 찾는 것이 우리 문화다.

실제로 고려대 안형식 교수팀이 보호자 상주 여부에 따른 병원 내 감염 위험을 조사한 결과 보호자ㆍ간병인이 상주하는 일반 병동의 감염률(환자 1000명당 1일 감염자수)이 6.9명으로, 간병인 없는 포괄간호병동(2.1명)의 2.87배에 달했다. 환자가 사용하는 병실 내 집기류와 사용물품이 항상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이에 대한 경각심 역시 약한 편이다.

정에 약한 게 한국 사람들이지만, 그 끈끈함이 바이러스까지 같이 나눠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기존 간병 문화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환자 쾌유를 바라는 정성과 바이러스에 대한 무개념은 다른 문제가 아닐까.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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