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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vs엘리엇 장기전 여부 이번주 결정난다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기를 든 가운데 이를 둘러싼 장기전 여부가 이번주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3대 주주로 깜짝 등장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주주확정일인 11일 이전에 차익을 실현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합병 과정에서 노이즈(잡음)를 일으켜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전이 아닌 경영간섭과 소송 등 셈법이 복잡한 장기전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해야 하는 시한은 9일이다. 이에 따라 이날 삼성물산 지분 매입을 위한 치열한 공방이 시장에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합병 최대변수로 등장한 엘리엇은 이날 추가 지분을 매입해도 의결권을 가질 수 없다. 자본시장법 ‘냉각기간 조항’에 따르면 경영참가를 목적으로 지분 5% 이상 취득을 보고하는 자는 보고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보고한 날 이후 5일까지 주식 등을 추가로 취득할 수 없다. 

엘리엇은 지난 3일 지분 7.12%를 보유하면서 지난 4일 이를 보고했다. 이에 엘리엇은 9일까지 추가로 취득한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 다른 외국인 등 우호세력의 도움이 있어야 의결권 확보를 위한 추가 지분을 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은 11일 주주확정일을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단기 투자와 소송을 병행하는 엘리엇의 투자습성을 감안하면 이를 기점으로 엘리엇의 노림수가 수면 위에 드러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전문가들은 11일 전후 엘리엇의 매물 출회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주 엘리엇이 매도 움직임을 서서히 보인다면 차익을 노린 단기투자에 그치기 쉽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7월 17일 임시주총과 8월 6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일 사이에 엘리엇이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엘리엇이 경영간섭이나 소송 등을 통해 합병무산과 합병비율 재조정 등을 이끌어낸다해도 투자상 불확실성과 시간비용을 감안하면서 무리하게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세련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스위스 인력서비스업체 아데코와의 소송에서는 엘리엇이 미리 35% 지분을 확보했지만 삼성물산의 경우 지분 7%로 투자금도 1조원 미안에 불과하다”면서 “소송 등으로 투자금 회수를 올릴만큼 지분투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물산 지분을 당분간 보유하면서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엘리엇은 일본과 홍콩 등에서 일부 기업들과 소송 중이다. 엘리엇은 올초 일본 DMG모리세이키가 제휴사인 독일의 DMG모리세이키 AG와의 합병계획을 발표하자 DMG모리세이키AG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엘리엇은 지난5월말 지분율을 15%까지 늘렸고 사업구조, 부채비율 개선, 배당 등 경영 전반에 개입하겠다 표명했다.

지난해에는 홍콩 재벌 데이빗 리가 동아시아은행 지분을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에 매각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주가치를 희석시켰다’는 이유로 소송 중이다.

엘리엇이 지난해 보유하지 않았던 삼성물산 지분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두고 몇달동안 천천히 모은 의도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행동주의 투자자로서 엘리엇이 던진 메시지를 분석하면 단기차익 실현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 “합병 이후에도 엘리엇이 지배구조 등 경영전반에 개입할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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