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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지배구조, 남은 숙제는 삼성생명 처리…“삼성물산 합병계획 차질 없다”
[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지난 4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계획에 제동을 걸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예정대로 합병계획을 이행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삼성전자가 기업설명회를 하는 동안 삼성SDS와의 합병계획이 없음을 공식화한만큼 앞으로 삼성의 숙제는 삼성생명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만 남게 됐다고 분석했다.


▶엘리엇 주식 매입은 시세차익 목적=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지난 4일 삼성물산 주식 2.17%를 추가 매수해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하면서 “제일모직, 삼성물산 간 합병이 삼성물산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합병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엘리엇은 또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제로는 단기 시세차익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엘리엇 측의 주장에 모순이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삼성물산에 대한 저평가 인식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라는 것.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가치에도 못 미친 건 오래전 일이다.때문에 그간 여러 기관들이 이를 문제삼아 주가 견인을 시도했지만 주가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성장성 등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주가는 제자리 걸음을 지속했다. 더욱이 삼성물산 주가는 최근 제일모직과의 합병 계획이 알려진 뒤에야 상승했다. 삼성의 모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기업가치 제고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한 자산운용회사 관계자는 “엘리엇의 추가 지분 매입 시점이 삼성물산의 합병계획 발표 후 이뤄진 것도 주목할 필요가있다”며 “기업가치 과소평가를 운운한 엘리엇이 합병 계획 발표 후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엘리엇이 경영권 분쟁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합병반대를 위한 소송전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엘리엇은 과거에도 이번처럼 소액 주주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문제를 제기해 주가를 끌어올리며 시세차익을 챙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에는 미국 P&G가 독일 웰라를 인수하면서 제시한 주가가 부당하다면서 저지에 나서 수년간 법적 분쟁을 벌였으며 이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 주가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합병후 삼성물산의 주가순이익비율(PER)는 40~50배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없을 경우 고평가 인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병계획 변화 없을 듯=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현재 주가는 두 회사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인 15만6493원, 5만7234원을 크게 웃돈다. 따라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보다는 보유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합병계획 발표 후 삼성물산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만큼 엘리엇 측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규합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건이 합병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합병 계획에 대해) 다른 대주주들의 반응이 좋고 주가 흐름에 비춰 시장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은 또 “이번 합병의 추진배경은 회사의 미래가치를 제고해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데 있다”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물산의 성장정체·영업가치 하락에 대응해 사업다각화와 신사업추진을 목적으로 조기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합병조건이 공정하지 않다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입장에 대해서도 “양사간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상 규정에 따라 결정된 것이며, 시장이 현재 평가한대로 합병비율을 적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물산은 “앞으로 다양한 주주들과 소통하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은 숙제는 삼성생명 지배구조=엘리엇의 삼성물산 합병을 문제삼을 무렵 삼성전자는 기업설명회에서 “삼성SDS와의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노무라증권이 삼성전자와 삼성SDS 간 합병 추진 가능성을 제기한 뒤 끊이지 않는 의문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한창인 삼성의 숙제는 이제 삼성생명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만 남게 됐다는 게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완료되면 그룹의 지배구조는 그간 복잡한 순환 출자구조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삼성물산)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 SDI’로 단순화된다.

이와 관련 삼성은 현재 통합 삼성물산의 자회사이자, 삼성전자의 모회사인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떼어낼지 여부를 심각히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 화재, 증권, 카드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게 하면 금융 부문의 경영효율화를 이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화재의 대주주라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삼성증권, 삼성카드 지분만 추가 매입하면 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금산법에 따라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5% 미만으로 줄여야 하는 등의숙제가 있어 삼성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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