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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기업엔 검증인재, 구직자엔 축하금...‘상식을 발명한’ 日 젊은 거부
일본 인터넷 서비스업체‘ 리브센스’무라카미 다이치 대표
구직자대신 기업서 돈받는 ‘당연함’을 현실로
‘잡센스링크’ 역량 검증된 구직자-기업 매칭
‘Door 임대’ 구직자에 맞춤 부동산중개 ‘대박’
창립13년만 시총300억엔 최연소 상장사대표

여전히 8평 단칸방 생활…오직 사업만 구상
“쉬며 자며 일하라” 직원 책상옆 소파 설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일본 최연소인 25세 상장사 오너’. ‘차세대 일본경제를 이끌 Y형(좌뇌와 우뇌가 고루 기능하는) 인재’. ‘일본 IT산업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

일본의 인터넷 서비스업체 ‘리브센스(Livesense)’ 무라카미 다이치(村上太一·30) 대표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우리나라라면 취업도 쉽지 않을 서른의 나이에 그는 일본 IT서비스산업이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당연한 것을 발명하자(あたりまえを、発明しよう)’는 슬로건으로 성공 후에도 8평짜리 단칸방에 살면서 오로지 일만 생각하고 있는 젊은 거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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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을 발명해 행복을 낳는다!=다이치가 이끌고 있는 ‘리브센스(Livesense)’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 사이트를 개발하는 회사다. 리브센스가 제공하는 대표적인 IT서비스가 정규직 및 계약직 구직 사이트 ‘잡센스 링크’다.

구인 구직 관련 네트워크가 많은 일본에서도 ‘잡센스 링크’는 좀 특이하다. 일본의 다른 구직 정보 사이트와 달리 이곳에서는 구직자 회원들에게는 별도의 요금을 받지 않는다. “왜 돈이 필요해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구직자들에게 돈을 받으려고 하는가”라는 ‘당연한’ 생각에서다. 오히려 고용계약을 성사시켰을 때에는 구직자에게 최대 10만엔에 달하는 ‘취업 축하금’까지 준다.

이렇게 하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모든 서비스 대금은 구직자가 취업에 성공해 리브센스에 이를 통보하면 기업으로부터 받게 된다. 취업에 성공한 사람에게 축하금을 공식적으로 주면 사이트 이용자가 취업에 성공한 뒤에 이를 자연스럽게 리브센스에 알리면서 구직자와 기업 간의 이면 거래도 막을 수도 있다. 또 후발주자인 리브센스에 더 많은 ‘좋은 구직자’들이 몰려들게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하면 기업 입장에서 다소 손해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신 리브센스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큰 짐일 수 있는 부분을 책임진다. 바로 직무역량테스트다. 각종 업태에 걸맞은 기본적인 직무역량테스트를 리브센스가 실시해 이를 통과한 검증된 구직자를 기업에 매칭시켜주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1년에 일정액만 부담하면 수시로 있을 면접 및 선발과정의 번거로움을 덜고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덕분에 잡센스 링크는 출범 초기부터 상당한 주목을 끌었다. 특히 다양한 업태의 구직 정보를 30만건 이상 제공하면서 회원자 수가 쉽게 100만명을 돌파했다.

무라카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부동산중개사이트인 ‘Door 임대’를 설립한 것이다. 출발점은 간단했다. 지방에 사는 구직자들이 잡센스 링크를 통해 일자리를 얻게 되면, 도쿄로 상경해 집을 구한다는 ‘당연한’ 발상에서였다. ‘Door 임대’에서는 이들 취업자를 겨냥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했다. 취직한 회사로의 통근이 가장 편리한 지역의 상세한 주택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그렇게 집을 구하게 되면 이용자는 당연히 수수료를 지불한다. 크게 보면 취업축하금의 일부를 부동산 중개료로 다시 돌려받는 셈이다.

당연하면서도 기발한 사업구조 덕분에 리브센스는 2006년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2011년에는 4분기 매출만 10억7600만엔(약 158억 원), 영업이익 4억5600만엔을 기록한 후 도쿄 증권거래소 신흥기업시장인 마더스에 상장한다. 당시 다이치 대표의 나이는 25세로 역사상 가장 젊은 신규상장사 대표 자리를 차지한다. 상장 후 리브센스 주가는 꾸준히 상승했다. 2013년 말에는 시가총액이 300억엔에 육박하게 된다. 전체 지분의 53%를 보유한 다이치 사장의 자산 역시 150억엔을 넘는다. 이 해 일본의 경제전문지 프레지던트는 그를 ‘일본 10대 차세대 슈퍼리치’로 선정하기도 했다. 
리브센스의 사무실 모든 직원의 책상 옆에는 큰 소파형 쿠션이 하나씩 있다. 피곤하고 머리 아플땐 언제든 쿠션에 기대 쉬고, 자고 생각하면서 일하라는 의미다.

▶고교시절의 꼼꼼한 기록을 사업으로…일본 대표 Y형 인재상=일본의 전문가들은 무라카미를 가장 대표적인 ‘Y자형 인재상’으로 꼽는다. ‘좌뇌와 우뇌가 고루 기능하는 인재’라는 뜻으로 IT서비스에 인간의 본능이나 감수성을 잘 녹여낼 줄 아는 인물이라는 의미다. 그가 내놓는 서비스에는 수요자들에 대한 배려와 섬세함이 담겨있다는 평도 많다. 그를 ‘상냥함ㆍ훈훈함(人懐っこい)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무라카미의 기질은 자라면서 형성된 것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 기계 부품을 사다 자신이 조립해 뭔가 만들어 친구들에게 팔곤 했다. 친구들이 “네 발명품이 좋다”고 말할 때마다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와세다고등학교 시절에는 ‘정보 편향’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불편이 어떤 것인지 깨닫기도 했다. 다른 일본의 고교생들처럼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으면서다. 당시 아르바이트 사이트에는 지역권이나 다양한 직종의 아르바이트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구직자 입장에서도 알고 싶은 업체의 영업정보나 운영실적 등은 모두 유료로 제공되고 있었다. 당연히 10~20대 구직자들에게는 부담이었다. 이때의 경험이 리브센스의 남다른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당시 자신이 느꼈던 불편함과 개선하고 싶은 점을 모두 기록으로 남겼다. 언젠가 자신이 스스로 문제점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와세다대학교 경제학과 시절에는 사업에 자극이 되는 여러 파트너들을 만났다. 학교가 개최한 벤처기업가 사업계획서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는, 대학 부속시설의 벤처기업 인큐베이터센터를 1년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밴처캐피털의 애널리스트, 미디어, 전문영업직 등을 경험하면서 다양한 산업의 특성을 배우게 된다. 가장 큰 소득은 현재도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는 파트너 카츠라 다이스케(桂大介)를 만난 것이다. 프로그래밍에 능한 카츠라는 무라카미의 생각을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두 사람은 다른 동기 2명과 함께 이때부터 창업 구상에 매진한다. 저렴한 ‘규동(쇠고기덮밥)’으로 삼시세끼를 때우며 하루 12시간이 넘게 사무실에 있으면서 사업을 구상했다고 한다.


▶‘돈쓰는 일은 무관심. 오직 일뿐’ 8평 단칸방 고집=당시의 경험은 오늘날의 무라카미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재산 1000억원이 넘는 젊은 부호가 됐음에도 그는 현재 8평짜리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나서 오히려 회사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좁은 방으로 이사했다. ‘사업에 집중하는 최상화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의 방에는 냉장고도, TV도 없다. 물론 자동차도 없다. 스스로 “돈쓰는 일이나 사치에는 전혀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일을 일상의 영역, 즉 자신에게 ‘당연한 일(あたりまえ)’로 만드는 데만 그는 온 생각을 집중하고 있다.

리브센스의 사무실도 이런 무라카미의 성향을 닮고 있다. 직원들 모두가 자연스러우면서도 깊이있게 일하고 있다. 모든 직원의 책상 옆에는 큰 소파형 쿠션이 하나씩 있다. 피곤하고 머리 아플 땐 언제든 쿠션에 기대 쉬고, 자고 생각하면서 일하라는 의미다. 직책에 관계없이 누구나 들어와 회사 업무에 관해 격의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제로 방’도 있다. 모든 사원들로 하여금 ‘당연한 것을 발명하는’ 생활습관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리브센스의 성장세는 다소 둔화됐다. 지난해 연매출은 43억엔, 시가총액은 180억 엔대로 줄었다. 하지만 일본 산업계는 여전히 무라카미를 주시하고 있다. Y형 인재인이 그가 또다시 당연하지만 놀라운 새로운 사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듯 무라카미는 지난 2013년 말 ‘당연한(あたりまえ) 연구소’를 설립해 사업 아이템 개발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빅데이터의 분석과 시각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전문 공학도와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기술 및 인력ㆍ서비스 공유를 알선하는 사이트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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