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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DHL, P&G, PwC…기업이름에 새겨진 창업자들.
흥미진진 럭셔리 부호들의‘ 기업 이름’ 탄생 뒷얘기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김현일 기자]스타트업의 시대, 벤처의 시초 격이라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 1호 벤처 ‘휴렛패커드(HP)’는 공동 창업자인 빌 휴렛(Bill Hewlett)과 데이비드 패커드(David Packard)에서 따온 이름이다. 스탠퍼드대 동창생인 이들은 누구 이름이 앞에 와야 하는지를 놓고 동전 던지기를 한 끝에 패커드가 이겼다. 그러나 ‘패커드-휴렛’보다 부르기 쉬운 ‘휴렛-패커드’를 기업명으로 정했다. 이들이 창업을 준비했던 캘리포니아주 팰러앨토의 차고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유적지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휴렛패커드의 회사이름은 공동창업자 빌 휴렛(Bill Hewlett)과 데이비드 패커드(David Packard)의 이름 첫 글자에서 따
왔다.

휴렛패커드처럼 세계적인 기업 가운데 공동창업자의 이름이나 이니셜을 따 유래한 것들이 많다.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붙인 만큼 자식처럼 브랜드를 돌봤고, 둘 사이에 불화가 있었더라도 창업 후엔 환상적 팀워크를 선보였다. 특히 ‘패커드휴렛’이란 동전던지기 결과를 버리고, ‘휴렛패커드’라는 ‘실리’를 택한 것처럼 남다른 양보와 협력이 있다.

포브스가 선정한 기업 가치 36위 ‘프록터앤갬블(P&G)’ 역시 ‘공동창업자’의 이름을 따왔다. 동서지간이던 윌리엄 프록터(William Procter)와 제임스 갬블(James Gamble)은 애초 사이가 나빴다. 각각 양초와 비누 제조업자였던 둘은 1937년 미국 대공황 시기에 접어들자 불화가 심해진다. 양초와 비누의 원재료가 사실상 같았기 때문이다. 둘의 장인이던 알렉산더 노리스는 어느 날 이들을 불러 동업하도록 설득했다. 1837년 10월 31일 그들은 이 제의를 받아들여 ‘프록터앤갬블’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이후에 둘은 언제 그랬냐는듯 사업을 키워나갔다. P&G는 특히 미국 남북전쟁 시기, 남부 연합군에 비누와 양초를 동시에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고 이는 회사가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세계적 물류회사인 DHL의 이니셜도 공동창업자 3인의 姓에서 따온 것이다.

세계적인 물류업체 DHL은 세 명의 창업자 아드리안 달시(Adrian Dalsey)ㆍ래리 힐브룸(Larry Hillblom)ㆍ로버트 린(Robert Lynn)의 각각 성의 첫자를 따 사명을 만든 경우다. 셋 중 처음으로 창업 아이디어를 낸 것은 래리 힐브룸이었다. 캘리포니아대학 졸업 후 작은 물류회사에 발송직원으로 일하던 그는 물품신고서를 미리 세관에 보내놓는 ‘틈새 사업’이 유망할 것이라 생각했다. 서류 작업을 끝내놓으면 화물의 배달 시간은 줄어들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그는 지인이던 아드리안 달시와 로버트 린을 끌어들여, DHL을 세웠다. 달시는 최고경영자(CEO)를, 힐브룸은 전략 기획을, 린은 재무관리와 투자를 담당하다가 회사가 자리잡자 이듬해 떠났다.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1995년 힐브룸이 불의의 경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날 때 그의 자산은 3억 달러였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금융권에는 자신의 이름을 100% 반영한 회사들이 다른 곳보다 많다. 미국의 금융기업 메릴린치는 1914년 찰스 E. 메릴에 의해 설립됐다. 본래 회사 이름은 창업주 이름 그대로, 찰스 E 메릴이었다. 이듬해인 1915년 그의 친구 에드먼드 C. 린치가 사업에 참여하면서 ‘메릴린치’가 됐다.

세계적 금융투자회사 모건스탠리는 미국 금융계의 대부 모건 가문의 금융기관 가운데 하나다. JP모건에서 투자를 맡던 헨리 S.모건과 해롤드 스탠리가 1935년 모건스탠리를 창립했다. 창립 첫해 기업공개시장에서 2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모건스탠리는 1997년 소매금융사인 딘위터디스커버와 합병, 모건스탠리딘위터로 사명을 바꿨다. 현재의 모건스탠리로 돌아온 것은 2001년이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와 같이 금융 관련 회사들은 책임감을 강조하기 위해, 회사를 함께 운영하는 이들의 이름을 모조리 회사명에 집어넣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회계 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도 그렇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1988년 쿠퍼스앤라이브랜드(Coopers & Lybrand)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Pricewaterhouce)가 합병하면서 생겼다.
두 회사는 이 전에도 동업자의 이름을 딴 회사였다. 쿠퍼스앤라이브랜드는 윌리엄 쿠퍼스를 비롯한 그의 형제들이 세운 회계법인 ‘쿠퍼스’와 로버트 몽고메리와 윌리엄 라이브랜드가 세운 ‘라이브랜드’의 합병에서 나온 이름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도 사무엘 프라이스와 에드윈 워터하우스 등 3명이 모여 만든 회사였다. 오늘날 회계 법인 부문 세계 1위 컨설팅업체인 PwC는 무려 5개 가문의 성이 모인 끝에 만들어진 이름인 셈이다. 

미라맥스 공동창업자 2인 왼쪽부터 밥 웨인스타인, 하비 웨인스타인(사진=게티이미지)

‘펄프픽션’ ‘굿윌헌팅’으로 유명한 영화사 ‘미라맥스(Miramax)’는 설립자인 와인스타인 형제가 아버지 ‘맥스(Max)’와 어머니 ‘미리암(Miriam)’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 미라맥스는 월트 디즈니에 인수됐으며 하비 와인스타인과 밥 와인스타인 형제는 디즈니와의 분쟁 끝에 독립해 2005년부터 와인스타인 영화사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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