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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 전통모시 명맥 잇는 깨끼바느질 김효중 장인]“한산 모시의 멋, 샤넬도 탐내죠”
옷감안팎 총 세번 숙련된 바느질법
요즘 젊은이들 안하려해 안타까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샤넬 크루즈 쇼’.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한복에 헌정했다. 특히 모시 조각보로 만든 원피스가 화제였다.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한복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무대였다”는 쪽과 “한복에 대한 피상적인 해석에 그쳤다”는 쪽으로 갈렸다.

진짜배기 모시 조각보가 용산구 소월로에 걸렸다. 한국나전칠기박물관에서 운영하는 크로스포인트공예갤러리에서 한산모시 깨끼바느질 장인 김효중(70)의 전시회가 열렸다. 조각보 뿐만 아니라 옷, 가방, 침구, 악세사리까지 전통 한산모시로 만든 작품들이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서 올라왔다. 한국 전통의 모시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라거펠트도 무릎을 칠 만하다. 

모시 한복 곱게 차려입은 김효중 장인을 갤러리에서 만났다. 샤넬도 반하게 한 모시 조각보가 뭔지 먼저 물었다.

“모시 조각보는 도안이 따로 있지 않아요. 옷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모양에 맞게 이어붙이는 거죠. 우연이 빚은 아름다움이랄까요. 어머니들은 모시 조각보를 밥상보로 썼는데, 이걸로 밥상을 덮으면 가라앉지 않고 살짝 들리게 되요. 그러니 반찬이 묻을 일도 없고요. 또 통풍이 잘 되니까 여름에 음식이 쉽게 상하지도 않고요. 생활의 지혜가 녹아 있는 거죠.”

한산 출신의 김효중 장인은 1960년대 서울 서대문 노라노학원에서 양장기술을 배운 후 고향으로 내려가 의상실을 시작했다. 현재 서천군청이 운영하는 한산모시관 2층에서 개량 한복 디자인으로 전통 모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어렸을 때는 동네 어머니들이 모두 모시로 옷을 다 해 입었어요. 장인이 따로 없었죠. 저도 어머니 어깨너머로 바느질을 배웠고요.”

김 씨는 깨끼바느질 분야의 장인이다. 깨끼바느질은 옷감 안팎을 총 세 번 바느질 하는 것으로, 일반 바느질보다 섬세하고 숙련된 기술을 요한다. 주로 모시 한복 같은 얇은 소재에 많이 사용하는 전통 바느질법이다.

모시 옷을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과 함께 ‘여인의 몸’이 오롯이 요구된다. 특히 원사를 뽑아내는 과정이 그렇다.

요즘은 모시조합이 생겨서 분업을 하지만, 예전에는 혼자서 이 모든 것을 다 했다. 모시 서른여섯자, 한 필(21.6m)을 만드는 데는 보통 석달 정도가 걸렸다.

힘든 수작업이다보니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도 줄었다.

“젊은 사람들이 안하려고 해요. 그래서 모시 수량이 확 줄었고요. 군에서 모시스쿨을 운영하면서 학생들한테 돈을 주고 가르쳐주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모시 째는 일은 70대 할머니들이 하고 있죠.”

장인에게 한산은 어떤 곳인지를 물었다.

“한산은 살기 좋은 곳이에요. 모시가 성했을 때는 장날 새벽시장이 전국에서 온 상인들로 북적거렸어요. 그런데 요즘은 고장 이름처럼 너무 한산하네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 주면 좋을텐데.”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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