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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이명옥]제2, 제3의 리움 창조해야
‘한국에서 수준 높은 현대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소장하는 미술관이 어디인가?’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이렇게 물으면 대다수의 미술인은 리움미술관을 꼽는다. 세계적인 건축물,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소개하는 대형기획전, 현대미술 명품컬렉션 등 전시 수준과 소장품이 국내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술계의 핫 트렌드인 사진에 관심을 보이면 ‘사진계의 리움미술관’으로 불리는 한미사진미술관을 추천한다. 한미사진미술관은 미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워커 에반스전(展), 현대사진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프랭크 사진전 등 유명 사진작가의 명품사진전을 기획했다. 또한 유젠느 앗제의 빈티지 작품 시리즈를 비롯한 사진사의 흐름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사진집과 관련 서적도 출판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미술관 역할을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립미술관이 아니라 사립미술관이 맡고 있는 셈이다.

일본 오카야마(岡山) 현의 구라시키에 위치한 오하라미술관도 공공미술관을 대신하는 사립미술관 사례의 표본이다. 1930년에 개관한 오하라미술관은 지역의 사립미술관이지만 미술관의 역사, 소장품의 질과 양이 세계 유명미술관과 견줘 손색이 없는 명품미술관이다. 일본 최초의 서양미술 전문미술관으로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데다 엘 그레코, 로댕,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갱, 피카소, 마티스, 칸딘스키, 샤갈, 잭슨 폴록, 헨리 무어 등 근현대 미술사를 빛낸 거장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민에게도 오하라미술관은 도시의 보물이다.

인구 48만여명의 작은 도시 구라시키가 연간 40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한데는 오하라미술관의 명품소장품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런 이유에서 미술평론가 김영순은 사립미술관이 공공미술관으로 활용되는 모범적인 사례로 오하라미술관을 꼽는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세계인의 눈길을 끌 만한 전시기획력과 수준 높은 현대미술 소장품을 갖춘 공공미술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공미술관급 전시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기획전을 개최하거나 예술성을 검증받지 못한 작가들의 작품을 기증받아 소장품으로 등록하는 부끄러운 사례도 발견된다.

유명 공공미술관이 없는 것은 문화선진국에 비해 기부와 미술품 기증에 따른 세제감면 혜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명품공공미술관 탄생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존재하는데도 소장품이 빈약한 공공미술관이 국민의 세금으로 경쟁적으로 건립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자본을 활용해 문화적 품격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문화예술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것은 재력가들이 공공을 위한 명품사립미술관을 설립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말한다. 글로벌 사립미술관을 육성해 ‘문화국가 브랜드’라는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 창조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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