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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슈퍼리치!(17)]맹장염때문에 PC잡은 소년, 세계 온라인 미디어 경영자로
19살 때 IT 블로그 오픈, 한달 만에 3000달러 매출
트위터 등 SNS 선점해 뉴스유통, 세계적 미디어로 성장
맹장수술 후 침대에서 컴퓨터하며 ‘블로그 세상’ 발견이 계기
2012년 CNN의 2억 달러 인수제안도 거부, 사업확장 욕심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올해 서른 살의 젊은 기업가 피트 캐시모어(Pete Cashmore)는 대학 문턱을 밟아본 적이 없다. 실리콘 밸리에선 흔한 스탠퍼드나 MIT 같은 명문대 출신이 아니다. 국적도 미국이 아니다. 스스로를 ‘스코틀랜드 출신의 촌놈’이라고 소개한다. 성공한 IT 기업가들의 상당수가 창고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것과 달리 그는 독특하게도 침실에서 출발했다.

온라인 미디어 매셔블 창업자 피트 캐시모어.

실리콘 밸리 기업가들의 전형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그는 사업도 파격의 연속이었다. 캐시모어는 2004년 세운 온라인 미디어 ‘매셔블(Mashable)’로 기존 언론의 뉴스 유통방식과 관습을 무너뜨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전통언론의 대표주자 CNN이 2012년 매셔블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했을 만큼 캐시모어의 사업은 미디어계에서 뜨거운 감자다.

▶19살 때 IT 전문 블로그로 시작, 한달 만에 3000달러=매셔블은 캐시모어의 개인 블로그에서 시작됐다. IT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캐시모어는 하루에 18시간을 들여 최신 IT 트렌드와 소셜 미디어 동향을 분석한 기사 10개를 블로그에 올렸다. 특히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 활용법을 다룬 분석기사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했다. 새로운 SNS들을 먼저 사용해보고 독자들에게 활용 노하우는 물론 강점과 약점까지 소개하며 여론을 주도해갔다.

블로그 개설 한달 만에 3000달러의 광고 수익을 올릴 만큼 캐시모어의 블로그는 단숨에 ‘핫한’ 매체가 됐다. 당시 캐시모어의 나이는 19살이었다. 수익이 나면서 캐시모어는 블로거를 한 명 고용했다. 매셔블의 첫 직원이었다.

매셔블 웹사이트 화면.

그는 다음으로 미국 시장을 겨냥했다. 이를 위해 먼저 생활패턴부터 바꿨다. 스코틀랜드 애버딘에 살았던 그는 미국 시간에 맞추기위해 오전 6시에 잠들고, 오후 늦게 일어나 밤을 새워 기사를 썼다. 뉴스가 거의 안 나오는 토요일엔 하루 종일 잤고, 일요일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런 생활을 18개월 이상 했다.

실리콘 밸리에서 멀리 떨어져 살았지만 그는 ‘애버딘 침실’에서 꾸준히 작업을 하며 흐름을 따라갔다. 지금 매셔블은 소셜 미디어와 테크뿐만 아니라 기후, 여행, 국제 뉴스, 엔터테인먼트 등까지 분야를 확장해 다루고 있다. 디스플레이 광고, 스폰서 광고, 콘퍼런스 등으로 수익을 올리며 뉴미디어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14년 기준 웹사이트 월간 방문자수는 전년보다 40% 늘어난 4200만명을 기록했고, 각종 SNS의 팔로어도 60%나 증가해 현재 2100만명을 보유 중이다.

▶ 트위터로 기사 전달력 높여=캐시모어는 블로그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실리콘 밸리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주를 해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에 나섰다. 

캐시모어는 2006년 서비스가 시작된 초창기 때부터 트위터를 사업에 활용했다.  트위터는 매셔블을 알리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  

2007년 매셔블 계정을 만들어 기자들이 쓴 새 기사를 바로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리안들은 캐시모어가 올린 기사가 가치있다고 판단해 리트윗(퍼뜨리기)했다. 이런 식으로 독자들을 매셔블 웹사이트로 유입을 유도하며 트래픽을 올렸다.

매셔블 트위터 화면.

SNS를 선점한 덕분에 당시 기자가 10명뿐인 매셔블은 빠르게 세계적인 뉴스블로그가 될 수 있었다. 현재 매셔블의 트위터 팔로어는 530만여 명, 페이스북 친구는 313만여 명에 이른다. 전통 언론사들도 매셔블의 뉴스 유통방식을 좇아 뒤늦게 SNS 계정을 열고 독자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10년전 1인 기업으로 출발한 매셔블은 현재 12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 맹장염 덕에 성공? 한동안 침대에서 컴퓨터만 한 것이 창업 계기=스코틀랜드 작은 마을의 소년이 컴퓨터에 빠지게 된 계기도 독특하다. 캐시모어는 한 인터뷰에서 “수많은 거대 기업이 차고(garage)에서 시작했지만 세상을 바꿀 어떤 아이디어는 침실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본인 이야기다.

13살 때 맹장수술을 한 후 회복이 늦어지면서 캐시모어는 한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다. 따분함을 달래기 위해 침대 위에 앉아 컴퓨터를 했다. 이때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을 목격했다. 바로 블로그였다.

캐시모어는 즉각 여러 개의 블로그를 구독하고, 직접 자신의 블로그도 개설하며 인터넷을 통해 자기만의 공부를 시작했다. 고교 졸업 뒤 그는 대학 대신 다시 ‘침실’을 택했다.
 
5월 16일, 매셔블과 유엔 재단이 공동 주최한 디지털 벨트웨이 콘퍼런스에 참석한 피트 캐시모어. 이 자리에서 캐시모어는 기술로 세상을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해 토론을 가졌다.(사진=피트 캐시모어 인스타그램)

침실에서 혼자 공부한 끝에 매셔블도 탄생할 수 있었다. 매셔블이란 이름은 ‘매시업(Mashup)’에서 따왔다. 매시업이란 ‘웹서비스 업체들이 무료 개방한 각종 콘텐츠와 서비스를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캐시모어가 인터넷에 빠져 지내던 당시의 트렌드였다.

캐시모어도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와 SNS상에서 화제가 되는 이야기들을 매시업해 새로운 콘텐츠로 내놓으며 자기만의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

반면, 그의 부모님은 아들이 도대체 침실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몰랐다. 단지 ‘인터넷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 기자가 “매셔블 뒤에 숨어 있는 청년을 만나고 싶다”며 집에 찾아왔을 때 비로소 아들의 성공을 알게 됐다.

▶ CNN 인수제의 거부하고 3100만달러 유치=2012년 매셔블의 가치를 미리 알아본 CNN이 2억달러(약 2200억원)에 인수를 하려고 나섰다. 하지만 매셔블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싶어한 캐시모어 때문에 합병은 무산됐다.

이후 매셔블은 2014년 3월 1400만달러(약 156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올 1월엔 1700만달러(약 190억원)를 모으며 승승장구했다.

캐시모어는 “인터넷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보기 위해 처음 매셔블 창업에 나섰다”며 “지난 몇 년간 온라인 미디어는 공격적으로 속도를 내며 성장했고, 변화가 빠르게 나타났다. 매셔블이 그 중심에 서있다”고 자부했다.

2012년 타임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돼 파티에 참석한 피트 캐시모어.

경쟁업체 버즈피드(Buzzfeed)나 자금력 좋은 신생 미디어들은 폭발력 있는 콘텐츠 발굴을 위해 웹을 샅샅이 뒤지는 툴을 구축했다. 그러나 캐시모어는 매셔블이 한 발 더 앞서있다고 말한다.

현재 매셔블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벨로시티(Velocity)’를 통해 인구학적, 지역적 그리고 주제별로 화젯거리를 예측하고 보도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순히 온라인에서 화제가 될 만한 것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의 18~25세 남성들이 주목할 만한 것에 맞춰 전달하는 식이다.

매셔블이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기사만 제공하는 전통 언론 방식에서 벗어나 각 기자들이 생산한 기사를 소셜 미디어로 적극 유통하고, 이용자들의 특성에 맞춰 개인화된 뉴스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피트 캐시모어.

캐시모어는 지금도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면 그것을 재빠르게 반영해 전통 미디어에서 한 발 더 나아가려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 피트 캐시모어가 걸어온 길
1985년 스코틀랜드 애버딘 출생 → 2004년 블로그 ‘매셔블’ 개설 → 2007년 트위터로 매셔블 기사 유통 시작→ 2012년 타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 → 2014년 포브스 ‘미디어 부문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 선정 → 2015년 1월 1700만 달러 투자유치

* 주요 현황
1억2000만 달러(개인 자산)
2억 달러(2012년 CNN의 인수제의 금액)
4200만명(웹사이트 월간 방문자수)
19세(창업 당시 나이)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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