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대한민국 포장마차 史> 문닫은 포장마차, 줄지 않는 노점의 아이러니…21세기형 스마트 추억공간 거듭나기 진통
[헤럴드경제 = 서지혜 기자] 포장마차는 서민의 전유물이다. 지금은 고관대작이나 자수성가한 기업인이 된 그들도 개천에서 용나기 전엔 서민이었다. “벽돌담 모퉁이에 기대선 포장마차/ 아, 따스한 인정/ 부딪히는 술잔 속에 떨어지는 별을 보며 하늘을 마신다 / 인생의 파란 꿈 펼치는 포장마차….”

서민들의 눈물과 희망이 담긴 포장마차가 ‘스마트 시티’의 뒤안길에서 대책없이 멀어지고 있다. 26일 오후 6시께,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 인근의 훈련원 공원 앞. 야시장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시간이지만 이곳에는 문을 여는 노점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간혹 길 잃은 관광객들이 배회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이 곳에 노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인근 노점상 관계자는 “구청에서 보행자불편을 이유로 노점들을 훈련원 공원으로 이주시켰는데, 장사가 되지 않아 모두들 문을 닫았다”고 했다.

아이러니가 있다. 포장마차에 대한 단속을 세지는데, 노점상 감소 추세가 미미하다. 노점상은 그대로 두되 문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십년 서민과 함께 애환을 나누었는데, 철거명령은 받았지만 생계가 막막하기에 폐업하지도, 문을 열지도 못하는 것이다. 포장마차의 감성적 가치를 안다면 관광전략사업이 될 수 있을텐데, 이마저도 진행되지 않고 있어 상인들로선 관망할 밖에.

27일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노점 상 단속 건수는 6379건에 이른다. 서울시 각 자치구의 노점 단속은 2014년 6379 건에서 2013년 4813건, 2012년 4785건으로 2년새 24%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 해 서울시는 ‘노점과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포장마차 단속을 강화해 왔다.

충돌이 가장 심했던 곳은 강남대로 인근이다. 강남구는 지난 2008년 1차정비를 시작으로 노점상 정리를 진행해 왔다. 지난 해에는 강남대로 인근의 노점상들을 영세한 생계형 노점과 기업형 노점으로 나누고 수백 명의 용역을 동원해 강제철거하는 과정에서 한 노점상인이 강남대로 인근에 불을 지르는 등 극단적인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동대문구, 동작구 등 서울시 곳곳과 경기도 부천시 등 전국 곳곳이 노점상과 갈등 수위를 높여왔다.

자치구의 단속 타깃은 ‘기업형 노점’이지만 기업형 노점과 생계형 노점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기준은 없다. ‘테이블이 여러 개 있는 노점’은 기업형 노점, ‘할머니가 좌판을 깔고 장사하는 곳은 생계형 노점’ 등으로 판단할 뿐이다. 서울시는 전체의 3% 미만이 기업형 노점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기준이 없기 때문에 자치구는 시민 민원을 핑계로 단속을 진행한다. 강남구는 “연간 보행불편과 관련한 민원이 약 2000여 건에 이른다”며 “생계형 노점은 이면도로에 허가를 내주고 영업 할 수 있게 해주지만 기업형 노점은 단속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속은 늘어났지만 노점상의 숫자는 지난 2012년 9292건에서 2013년 8826건, 2014년에는 8662건으로 크게 줄지 않았다. 아예 문을 열지 않거나, 옮기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노점상 단속과 장려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기준없이 특정 지역을 지정해 장려하기 때문에 그 성과가 미미하다”며 “서울시가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 노점을 산업화시키는 방안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포장마차가 21세기형 꿈과 애환의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gyelov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