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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몬주익 영웅 황영조, 거꾸로 뛰고 있다?
[HOOC=서상범 기자]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황영조가 마라톤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던 순간의 감동을 아직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특히 일본 선수와 나란히 선두를 달리던 황영조가 마지막 순간 피치를 올려 금메달을 확정한 몬주익 언덕(Montjüic)의 레이스는황영조에게 ‘몬주익의 영웅’이라는 타이틀은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유종필 관악구청장 페이스북

그 감동을 기리기위해 경기도와 스페인 까딸루냐 주(州)가 협정을 맺고 황영조의 달리는 모습을 조형물로 만들어 몬주익 언덕에 세우기도 했죠. 그런데 이 조형물의 방향이 당시 결승점과 반대인 내리막을 향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유종필 서울시 관악구청장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왜 황영조는 거꾸로 뛰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는데요.

글에서 유 구청장은 “몬주익 언덕을 둘러보며 황영조 선수의 달리는 모습을 새긴 조형물을 봤는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황선수가 달리는 방향이 내리막이어서 현지가이드에게 실제(결승점)와 반대방향이 아니냐고 묻자, 가이드가 ‘한국인 안내를 수없이 했지만 이런 말은 처음 듣는다’며 내 의견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유 구청장은 “조형물이 놓인 지점은 황영조가 금메달을 향해 안간힘을 다해 마지막 피치를 올린 곳이자 훗날 황영조가 ‘이 지점부터가 너무 힘들어 강원도 고향 산천과 해녀 엄마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뛰었다’고 말한 적도 있을 정도로 오르막 지점의 중요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처럼 뜻깊은 언덕의 방향을 거꾸로 해 조형물을 설계, 설치한 것은 몬주익의 의미를 잘 몰랐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한국인의 필수코스인 몬주익 언덕에서 황영조는 거꾸로 뛰고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황영조의 조형물은 한국 업체가 설계, 제작을 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한편 지난 5월 한 언론은 황영조의 몬주익 조형물의 일부가 도난돼 흉물스럽게 바뀌었다가 복원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황영조가 역주하는 모습의 동판 앞, 그의 국적을 알리는 태극기 동판을 누군가 떼어갔지만 현장 CCTV가 없어 범인을 찾지 못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후 바르셀로나 시는 자체 예산으로 신속한 복구에 나서 새로운 태극 동판의 문양까지 직접 만들고, 괘(卦)의 위치가 틀리지 않는지 한국 대사관에 감수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황영조 조형물. 단순히 우리 나라의 스포츠 영웅에 관한 기념물로 구경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그 의미와 가치를 온전히 되새길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거꾸로 뛰고 있는 황영조 선수가 1992년 그 날 처럼 언덕을 힘차게 오르며 결승선을 향할 수 있도록 기대해봅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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