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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행육교는 높고, 횡단보도는 멀고…”
교통약자위한 엘리베이터등 없어…“사람 중심 보행환경 조성”필요


#. 지난 22일 오후 5시. 서울 신정동 화곡고가사거리 앞 왕복 10차선 도로는 퇴근하는 차들로 북적였다. 길을 건너려고 주위를 살폈다.

횡단보도는 없고 저 멀리 보행육교가 보였다. 홍익병원 앞 사거리 방향으로 400여m를 걸어 육교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오래된 육교였다. 횡단보도를 찾기 위해 같은 방향으로 다시 걸었다. 조금씩 지치기 시작할 무렵 다시 육교가 나왔다. 역시 교통약자를 배려한 보행시설은 없었다. 횡단보도는 450m 더 올라가 홍익병원 앞 사거리에서 찾았다. 1.3㎞를 걷는 동안 노후화된 육교만 2개 있을 뿐 횡단보도는 단 하나도 없었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보행육교에 장애인, 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육교 주변엔 가까운 횡단보도마저 없어 사실상 교통약자의 보행권을 박탈하고 있다.

26일 우창윤 서울시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25개 자치구에 받은 ‘보행육교 및 지하보도 현황’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 설치된 육교나 지하보도에서 가장 가까운 횡단보도까지 거리는 평균 400m로, 양천구의 경우 이 거리가 780m에 달한다.

육교는 대부분 오래전에 설치돼 엘리베이터나 경사로 등 교통약자를 배려한 보행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다. 결국 길을 건너기 위해 가장 가까운 횡단보도까지 일반 어른 걸음으로 5분 이상, 장애인이나 노인 걸음으로 10분 이상 걸어가야 한다.

문제는 무단횡단에 따른 교통사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말 전국에서 발생한 보행자 교통사고는 4406건으로, 도로 횡단사고는 1677건(38%)에 달한다. 사망사고만 놓고 보면 전체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199명 중 횡단사고 사망자가 94명(47.2%)을 차지했다.

지하보도 역시 교통약자의 보행권을 제한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명동성당에서 명동예술극장으로 이어지는 ‘유네스코길’에서 길 건너편 롯데백화점 영플라자로 가기 위해선 지하보도인 명동지하쇼핑센터를 이용해야 한다.

명동지하쇼핑센터 지하보도는 내외국인 관광객으로 늘 복잡한데다 깊고 경사도 가팔라 일반 시민이 이용하기도 숨이 차다. 가장 가까운 횡단보도가 을지로입구 사거리에 있지만 왕복 600여m를 걸어 돌아와야 한다. 교통약자에겐 쇼핑하는 시간보다 쇼핑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이 더 걸리는 셈이다.

우창윤 의원은 “육교를 없애거나 지하보도 인근에 횡단보도를 만들어 사람 중심의 보행환경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교통혼잡을 유발하고 지하상권이 침체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동인구를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혁 기자/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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