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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대회는 어떻게 제기차기 대회가 됐나
[헤럴드스포츠=박성진 무술 전문기자] “태권도가 제기차기가 되었다.”

지난 5월 12일부터 18일까지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2015WTF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터져 나온 말이다. 무슨 말일까?

태권도 경기를 상징하는 발차기라고 하면, 단연 ‘몸통 돌려차기’다. 이 돌려차기를 기본으로 해서, 상단, 회전, 뒤후려차기, 빠졌다가 차기 등 다양한 기술의 변형과 전략, 전술이 나온다.

한국의 신동윤이 제기차기식 발차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이러한 발차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세계대회에서 주류가 된 발차기는 앞다리를 들고 뒷 다리로 움직이면서 밀어차기로득점을 시도하는 이른바 ‘앞발 견제 발차기’가 주류를 이뤘다. 최근 태권도가 ‘발 펜싱’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제공한 바로 그 발차기다.

그런데, 이번 러시아 세계대회에서는 발펜싱을 넘어서 제기차기라는 말까지 나온 것이다.

이 제기차기식 발차기는, 상대와 근접한 상태에서 무릎을 구부려 발바닥을 상대의 몸통이나 머리에 대는 방식으로 득점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차는 것이 아니라, ‘대거나’, 문지르는 것‘이다.

이 제기차기가 의외로 득점이 많이 나왔고, 많은 선수들이 이 발차기를 시도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런 경기 모습을 지켜보던 절대 다수의 태권도인들은 혀를 끌끌 찼다. “저것은 태권도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는 국내 태권도인 뿐만 아니라, 해외의 태권도인들도 다르지 않았다. 나이의 많고 적음 역시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제기차기식 발차기가 나온 이유는 전자호구 센서가 발바닥 부위에 부착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머리 득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부착된 이 발바닥 센서가 오히려 몸통 변형 발차기가 나오게 되는 근거를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서 전자호구 헤드기어에 대한 득점은 기대 이하로 나오지 않았다. 누가봐도 정확하게 머리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점수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았다.

세계태권도연맹은 헤드기어의 기준 강도를 대회 기간 중에 변경하는 무리수를 두었지만, 그래도 머리 득점은 여전히 잘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 제기와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급기야 세계태권도연맹은 대회 중간이던 5월 16일, 비공식 회의를 통해 이번 대회에 참가한 각국의 코치, 감독 등 지도자들과 태권도인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까지 마련했다. 전혀 예상에 없던 회의였다.

대회 경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대회 닷새째이던 16일, 세계태권도연맹의 양진방 기술위원장, 필립 부에도 경기위원장, 샤키르 첼바트 심판위원장 등 핵심 관계자가 참가한 가운데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전자호구에 대한 불만, 일관적이지 못한 룰 적용 등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사전에 예고됐던 것처럼, 이 회의에서의 의견들이 이번 대회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었고, 대회는 갈수록 태권도 경기의 퇴보를 확인하면서 마무리 됐다.

이번 대회의 입상 성적과 관계없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진 태권도 경기가 최악으로 평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전자호구를 옹호하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세계태권도연맹, 현장에서 기자를 만난 일부 국가들의 코치 감독 등 지도자들은 이러한 세계태권도연맹의 태도에 대해 갖가지 루머까지 돌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제기차기가 된 태권도, 어떻게 구할 것인가?

kaku6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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