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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별들도 이사를 떠난다…
NASA 허블망원경 첫 포착
수억년에서 10억년 걸리기도



눈이 아플 만큼 반짝이는 네온사인과 귓가에 맴도는 혼잡한 소리. 그 안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기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닐 겁니다. 짙푸른 나무가 우거진 교외로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옮기는 건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겠죠. 그런데 별들도 나이를 먹으면 그 일부가 빽빽한 도심에서 떠나 덜 복잡한 교외로 이사를 간다는 사실을 아셨나요? 무려 수억에서 10억년 동안 말이죠.

이 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허블 망원경으로 본 구상성단 47 Tuc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네모난 사각형 안에는 빽빽하게 들어선 별들에서 멀어져 외각으로 분리되는 백색 왜성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에 처음 포착된 사진이죠. 이 성단은 지구에서 봤을 때 두 번째로 밝은 성단입니다. 지구에서 1만7000광년 정도 떨어져 있지만 소마젤란 성운 근처에서 육안으로도 관측이 가능하죠.

백색 왜성은 0.4~8배 이하의 질량을 지닌 별들이 빠르게 그 질량을 잃으면서 진화 끝에 도착하는 별의 종착지입니다. 별이 헬륨을 연소하는 과정에서 적색 거성이 된 뒤에, 탄소와 산소로 이뤄진 핵만이 남아 백색 왜성을 만듭니다. 외부 대기는 우주공간으로 방출해버립니다.

그래서 백색 왜성은 상대적으로 질량이 가볍습니다. 중심에 있는 핵에서 핵융합을 일으킬 정도의 온도에 도달하지 못하고요. 따라서 에너지를 생성할 수 없고 점차 식게 됩니다.

이처럼 차갑게 식어가는 과정에서 백색 왜성의 궤도는 빽빽하게 별이 모인 성단의 ‘도심’이 아닌, ‘교외’로 점차 확장됩니다. 무거운 별들이 성단의 중심으로 빨려들어가는 반면, 가벼운 백색 왜성은 빠른 속도로 성단의 가장자리로 가로질러 이동하는 겁니다. 바로 이 과정을 두고 과학에선 ‘질량분리(mass segregation)’라고 일컫습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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