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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문숙의 세종전망대> 국세청 ‘저승사자’가 쫒겨난 이유는?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국세청 청사(세종시 나성동) 앞에 지난 연말 우뚝하게 자리잡은 회색빛 금속 조형물. 차가운 표정이라 금새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으며 세종시에서 유명해졌다.

기괴한 웃음에 삿갓쓰고 한복을 입은 분위기가 딱 저승사자였다. 게다가 두 팔까지 들어 올려 춤을 추는 모습은 지나는 행인들을 휘감아 안아 올릴 듯 위압적이다. 어스름해지면 한층 더 섬뜩한 느낌을 줘 야근 후 저녁 늦게나 꼭두새벽에 퇴근하는 국세청 직원들은 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였다고 한다.

세종시 첫마을(나성동)에 들어선 국세청사

일부 민원인들은 국세청이 납세자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일부러 저승사자 이미지의 조형물을 설치한 게 아니냐며 불만 섞인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에 탈세를 엄단해야 하는 국세청의 단호한 이미지를 잘 형상화했다는 그럴 듯한 해석도 더러 없지 않았다.

이런저런 억측이 난무하자 국세청은 ”우리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세종청사관리소가 설치한 조형물일 뿐“이라고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국세청사 앞에 세워져 ‘저승사자’로 별명을 얻은 ‘흥겨운 우리가락’ 조형물(이전 전)

흥미로운 것은 그의 정확한 정체. 세종청사관리소는 문제의 조형물이 ‘흥겨운 우리가락’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의도는, 우아한 동작과 품위가 특징인 우리나라 전통 춤사위를 형상화한 것. 전통춤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애써 설치한 조형물이 애꿎게도 죽음을 상징하는 ‘저승사자’로 둔갑한 것이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직원들을 상대로 최근 설문조사를 해보니 조형물에 대한 부정적인 답변이 우세했다. 애초의 작품기획 의도가 한국 전통춤의 미(美)를 드러내고자 했다지만 저승사자로 각인된 이상 국세청 이미지만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중지가 모아진 셈이다.

결국 국세청의 선택은 저승사자와의 결별. 국세청은 세종청사관리소와의 협의를 거쳐 저승사자를 다른 데로 옮겼다. 저승사자가 있던 자리에는 대신 나무가 심어졌다. 저승사자는 결국 거리로 내몰리면서 방랑자(?) 신세에 처하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5개월여 만에 국세청사 앞뜰에서 100여m 떨어진 곳으로 저승사자가 옮겨 간 곳은 유동인구가 날로 늘고 있는 한국정책방송원(KTV) 옆 대로변.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저승사자를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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