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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분간 칭찬 일색에…“한국, 교육현실 숨겨” 돌직구
[HOOC=이정아 기자] ‘한국의 교육 발전’을 전 세계에 자랑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준비한 세계교육포럼. 20일 열린 이 포럼에서 돌발 상황이 터졌습니다. 한국 대표단 70명 가운데 한 명으로 이번 행사에 공식 참여한 한 인사가 문제를 제기했는데, 각 나라 장관 등 대표단들 가운데 상당수가 손뼉을 치며 응원하고 나선 것이죠.

토론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질문을 시작한 시각은 이날 오후 6시쯤. 한 참석자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진 뒤, 한 여성 참석자가 질문을 하려고 손을 들었습니다. 이 때 제프리 삭스 교수는 이 여성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스와질란드 교육부 장관에게 질문권을 줬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질문권이 돌아오지 않자 이 여성은 “여성에게도 발언권을 달라”며 영어로 발언했습니다. 그녀는 이번 행사에 한국 정부가 선정한 70명의 대표 인사 가운데 한 명인 평화교육기구 ‘모모’의 문아영 대표였습니다.


“토론자로 나온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한국에서는 가족들이 돈을 내서 대학을 보낸다고 말했는데,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빚을 내는 겁니다. 앞으로 15년 동안의 세계 교육 목표를 잡는 회의에서 (잘못된 내용으로) 90분 동안 한국교육 칭찬일색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

장내는 술렁였습니다. 문 대표의 마이크도 꺼졌죠. 그런데도 문 대표는 영어로 직접, 차분히 말을 이어갔습니다.

“빚을 내서 학비를 대고 학비를 갚느라 고생하는 청년 세대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해야 균형을 갖추는 게 아닌가요?”

“이 중요한 국제 행사 시간에 90분간에 걸쳐 스스로의 교육에 대해 칭찬만 늘어놓은 것은 정말 촌스러운 일입니다. 스스로 칭찬한다는 게 우스운 일 아닌가요? 한국 학생들이 겪는 고통, 탈학교 문제, 교실 붕괴 등에 대해 한두 마디라도 하면 좀 나았을 텐데 이런 것을 숨긴 것 자체가 정말 수준 이하입니다.”

“토론자 6명과 질문자 2명 모두 중년 남성인데, 왜 양성 평등을 강조하는 유네스코 행사에서 여성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았던 건가요?”

그녀의 발언이 계속되자 수백 명 가량의 참석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습니다. 포럼이 끝난 뒤에 외국 대표들이 문 대표 주위로 몰려와 이야기를 경청하기도 했죠. 이들은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을 대신 말해줘서 고맙다” “행사 가운데 제일 흥분되는 발언이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시각, 청소년단체 ‘아수나로’ 등의 교육단체들은 행사장 인근에서 ‘한국정부가 알려주지 않는 한국교육의 진실’이라는 거리전시회를 열고, ‘뻥튀기’를 외국대표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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