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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파껍질 포스코건설 비자금"... 검찰도 놀랐다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검찰이 ‘국민기업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목표로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2개월여 만에 포스코건설 비자금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포스코건설은 하청업체와 현장 경비, 해외 영업장 등 세 가지 루트를 통해 수백억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건설업계에 만연한 비리 관행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20일 포스코건설 비자금 모금 수법을 ▷하청업체로부터 받는 영업비 ▷현장 전도금 과다계상 ▷해외 영업현장 통하기 등 세 갈래로 나누고, 그 배후에 그룹 ‘윗선’이 얼마나 관여했는지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선 하청업체를 통해 모금하는 ‘영업비’ 명목의 뒷돈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박모(59ㆍ구속기소) 전 전무 등 토목환경사업본부 소속 전ㆍ현직 임원들은 10여곳에 이르는 하도급업체로부터 영업비를 상납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이 사장으로 재직한 2009~2012년 50억원 넘는 비자금이 이 같은 방법으로 조성됐다.

검찰 관계자는 “수주 활동을 위한 영업비라며 하청업체에서 먼저 돈을 받아내고 나중에 공사대금을 계약대금보다 ‘업’시켜서 지급해준다고 말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갑(甲)’인 포스코건설로부터 수주를 받으려는 하청업체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게 건설업계의 지적이다. 영업비는 사실상 로비대금으로 통한다는 전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선 건설사가 필요하다며 달라고 하고 나중에 영업비라고 명목을 붙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1년 내놓은 ‘건축ㆍ건설 분야 비리실태 조사’에 따르면, 건설사의 수주에 의존하는 설계업체들은 이 같은 영업비 비중이 매출액의 20%를 넘는 실정이다.

검찰은 또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의 핵심 통로로 ‘전도금’을 주목하고 있다. 전도금이란 공사현장 운영을 위해 본사에서 지급하는 경비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전도금으로 정치권 로비대금 32억원을 마련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잘 알려졌다. 주로 현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액수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포스코건설 본사가 2009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공사현장에 전도금을 과도하게 지급하고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수백억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용처를 확인 중이다. 정 전 부회장을 통해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에게까지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해외 영업현장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을 쫓고 있다. 해외 현장 하도급업체가 현지 계좌로 공사대금을 과다 계상해 받았다가 돌려주는 수법으로, 국내법 적용이 어려워 규제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고속도로 건설공사에 하청업체로 참여한 흥우산업 이철승(57) 대표의 경우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져,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그 액수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비자금 조성 시스템이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묵인이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정 전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르면 다음주께 정 전 회장을 불러 비자금 조성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정 전 회장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섬에 따라, MB 정부 비리 의혹 실체가 담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지 주목된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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