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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가계통신비 절감 1조원? 낙관이 ‘독’이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KT ‘데이터선택요금제’와 LG유플러스 ‘LTE데이터중심요금제’에 이어 SK텔레콤이 19일 ‘밴드데이터요금제’를 출시함으로써 국내 이통3사가 모두 데이터 사용별 과금을 중심으로 하는 요금제로 가입자유치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동통신도입 30여년만에 요금제가 ‘음성통화’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골자는 2만원대 최저 요금제에서는 음성통화 및 문자메시지 송ㆍ수신을 무제한으로 하고 이상의 요금 구간에서는 데이터별로 과금하는 방식이다. 

미래부가 밝힌 데이터요금제 도입방향

이에 대해 미래부는 연간 1조원이 넘는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음성통화 무제한 제공으로 연간 최대 7천억원, 약정 할인 없는 동일한 요금제 적용으로 연간 약 3600억원, 데이터 당겨쓰기ㆍ이월하기로 연간 1287억원의 통신비 인하효과가 있어 이를 모두 합하면 1조2천원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기계적이고 산술적인 덧셈과 곱셈으로 얻은 ‘최대 기대효과’다. 여기에는 모든 소비자들이 자신의 이동전화 사용패턴에 맞는 최적의 요금제를 선택한다는 가정도 들어가있다.

소비자들과 업계 일각에서는 현실을 무시한 ‘낙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미래부의 분석은 지나친 장미빛 전망이라는 것이다. 데이터요금제가 출시된 이후 소비자들은 또다른 ‘조삼모사’정책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미래부가 밝힌 약정없는 데이터요금제로 인한 효과

이번 데이터요금제에서는 정부 통신 시장 경쟁 정책의 중요한 전환 신호도 읽힌다. 비록 통신 시장 1위 사업자의 신규 요금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하는 규정으로 인해 SK텔레콤이 데이터요금제를 가장 늦게 출시했지만, 사실상 SK텔레콤이 후발 사업자인 KT, LG유플러스보다 싸게 요금을 책정하도록 허용했다는 분석이다. 즉 1위 사업자의 요금 인하 경쟁를 견제해 후발 주자를 보호해왔던 ‘비대칭 규제’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검토중인 요금인가제 폐지와 함께 점유율 1위 사업자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정책 방향이다. 

미래부가 밝힌 음성무제한으로 인한 통신비 인하 효과

결론은 데이터요금출시가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데이터요금제가 단기적으로 요금 인하 효과를 가져오더라도 이것이 통신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시켜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통신사들은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기술인 5G를 위해 선도적 투자를 해야함에도 다시금 불붙은 요금 인하 경쟁 압박에 당장의 ‘기술 혁신’을 소홀히 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기술 도태로 인한 국제 경쟁력의 약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소비자 후생의 후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다.

‘데이터요금제 도입’은 통신 시장 소비 행태의 변화에 따른 필연일 뿐이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는 시작에 불과하다. 짜맞추어진 수치나 기대이익보다는 실제 통신비 인하효과와 통신기업들의 기술혁신 및 투자를 꼼꼼히 살피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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