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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판엔 장미·시장엔 수제카펫·케밥…축제로 물드는 오뉴월 귀니켄트
요즘 터키 으스파르타주(州) 귀니켄트에는 온 들판에 장미꽃 봉오리가 꽃잎을 하나 둘 열고 있다. 5월말부터 6월말까지는 활짝 핀 장미로 장관을 이루게 된다. 바느질 기술도 뛰어난 이 마을엔 오는 6월말까지 ‘터키 양탄자-장미 축제’가 열린다.

▶장미의 의학적 특효 마을기업으로 상품화=지금의 불가리아 지역에서 군복무를 하던 이스마일은 1888년 장미 반출금지령을 피해 지팡이에 장미종자를 넣어 퍼뜨렸다고 한다. 터키의 문익점이다. 귀니켄트의 부녀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장미기술자이다. 장미를 뜻하는 터키어 ‘귤’에는 ‘웃는다’는 의미도 있는데, 이 곳의 ‘웃는 부녀자들의 협회’가 생산과 출하를 주도한다.

흔히 장미는 관상용, 애정표현을 위한 선물로 쓰이지만, 이를 가공해 향수, 스킨, 오일, 비누 등으로 만들 경우 목 청결, 체내 박테리아 제거, 피부질환 및 고열증 치료와 여성호르몬 안정화에도 특효가 있다는 사실을 터키인들을 알아냈다. 가공 생산체제를 갖추고 5년전 매장까지 갖춘 장미 제품들은 조만간 일본 수출을 시작으로 지구촌 곳곳에 배달될 예정이다.

▶신라를 달궜던 카펫, 터키선 아직 수제품=누에고치에서 원사를 뽑는 비단 제조기술은 한나라 때 서역 개척에 나섰던 장건(張騫)에 의해 전래됐다. 실크 기술은 아스펜도스의 수로 석축 아래에서도, 비잔틴제국 시절 대지진으로 도시 대부분이 수장된 안탈리아주 케코바 어귀의 작은 마을에서도, 데니즐리에서 20㎞ 떨어진 내륙 도시 불단에서도 만날 수 있다. 케코바 부근 마을에는 뽕나무 열매 오디가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신라와 교류했던 페르시아제국의 소그드 지역에서 유명한 카펫은 터키에서도 아직 수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소그드는 당나라에 밀려난 후돌궐 유민의 거점지였다. 부드러운 실크와 ‘할르’라고 불리는 양털실을 우리의 베틀과 비슷한 기구로 짜낸다. 중서부 아시아의 카펫이 진귀하고 품질이 좋기에 9세기 신라에서 크게 범람해 흥덕왕은 한때 사치풍조를 억제하기 위해 수입규제품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익힌 고기’ 케밥, 다양한 음식에 응용= 케밥은 밥이 아니다. 케밥 ‘꼬챙이에 끼워 구운 고기’라는 뜻일 뿐, 적용되는 음식은 무궁무진하다. 양, 소, 닭고기를 여러 형태로 익힌 다음 야채를 얇은 밀가루 빵인 피데에 싸서 먹는다. 아예 익힌 고기를 밀가루에 싸서 구운 케밥도 있다. 바다처럼 넓은 으스파르타 에이르디르 호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고원마을의 하나 뿐인 식당에는 양념소갈비처럼 조리해 피데에 싸먹지 않아도 우리 입맛에 맞다. 4대에 걸쳐 164년째 영업중인 가장 오래된 케밥집 ‘카다르’는 세계적인 유명세때문에 미식가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케코바 선착장 부근 세빔하님 아주머니집은 한국 어머니가 칼국수 만들때 처럼 홍두깨로 밀가루를 납작하게 만든 뒤 그 속에 시금치와 마늘 등 15가지 야채를 넣어 솥두껑 처럼 생긴 불판에 구워내는 ‘궤즐레메’로 유명하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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