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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웠던 5월 대학가…이젠 도서관서 벼랑끝 경쟁
취업난·개인주의 경향속…97년이후 동력 급속약화
학생운동 역사의 뒤안길로


제35주년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광주에서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두 대표는 금지된 이 노래가 다시 제창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 수장 모두 학생운동 경험이 있을 만큼 당시 ‘학생’은 민주화의 주역이었고, 그들 상당수가 정치권에 자리를 잡아 한국 현대사의 주연 한 자리를 꿰찼다.

한 대학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하지만 20대 태반이 백수인 청년실신(실업자+신용불량자)시대의 대학생들은 학생운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사상최악의 취업난과 개인주의 경향 속에 학생운동은 어느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모습이다.

한국 근대 학생운동의 태동은 일제 식민지 치하로 거슬로 올라간다. 1910년대의 2ㆍ28 독립선언과 3ㆍ1운동. 1920년대의 6ㆍ10 만세운동 등이다.

이어 해방 직후 신탁통치 등을 둘러싼 이데올로기 투쟁과 1960년 4ㆍ19를 정점으로 한 이승만 정권 하의 반독재 투쟁, 한일회담 반대운동, 3선개헌 및 1970년대의 유신체제 반대운동까지 학생들은 늘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1970년대에는 통기타, 청바지, 생맥주 등이 유행하며 청년문화가 꽃피웠고 1980년 5월과 1987년 6월항쟁을 거치면서 학생운동은 절정을 맞았다.

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던 학생들은 반독재 민주세력 집권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점점 그 동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대학문화 자체가 개인화, 파편화 되면서 기존의 학생운동 문화는 점점 사라졌다. 지난 2008년 촛불시위를 통해 잠깐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학생들은 이제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가 벼랑 끝 경쟁을 치르고 있다.

PD(민중민주파)계열 단체에서 학생운동을 하고 있는 A(25ㆍ여)씨는 “역량 부족, 시대 변화,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 우리 뿐 아니라 NL(자주파)도 사람이 너무 없어서 거의 무너지기 직전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A씨는 “하지만 이 시대와 사회에 문제를 느끼는 사람들도 여전히 상당수 존재한다. 이제 그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무얼 할까 고민중”이라면서 “학생운동 내부에서는 사람도 이념도 모두 새로 세워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운동 쇠퇴는) 취업 문제, 개인화 현상, 사회 전반의 보수화 등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 “이전에 학생운동이 하던 역할을 이제는 시민사회나 제도권에서 어느정도 흡수한 것도 학생운동 쇠락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록 학생들의 목소리가 약화됐지만 학생운동은 휘발성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타날 어떤 사회적 이슈에 의해 다시 불이 붙을지는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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