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0만명당 170명 자살…위기의 할배들
부모도 가족도 사실상 사라져…삶의 연결고리 없어 허탈감
경제적 빈곤·관계의 빈곤도 主因


대한민국 할아버지들이 위기에 처했다. 이들에게 케이블TV의 노년 여행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여유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80세 이상 남성’의 10만명당 자살률(2013년기준)은 168.9명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평균(29.1명) 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12.1명)의 14배에 육박한다. 선진국의 경우 60세 이상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자살률이 오히려 감소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노년 남성들의 이같은 비정상적 자살률은 한국적 특수성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교적 문화에서 40~50대 남성들은 퇴직 이후에도 가족에 대한 책임 때문에 삶을 포기하기 힘들다. 그러나 60~70대로 넘어가면 ‘지켜야할’ 부모도, 가족도 사실상 사라진다”면서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이 성공ㆍ결과 지향적으로 살아가다 자신을 붙잡아 줄 삶의 끈이 사라지면서 허탈감에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엔 오히려 60대가 넘어가면 노후연금 덕에 편안해지는데, 한국은 경제적 빈곤이 심화되는 것도 자살률 상승의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65세이상 노인 빈곤율은 48.6%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남성의 경우 ‘경제적 빈곤’이 ‘관계의 빈곤’으로 직결되는 것도 문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의 경우 노년에도 사람과의 관계 네트워크가 유지될 확률이 높지만, 남성은 은퇴 후 인적 네트워크가 대부분 떨어져 나간다”면서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관계의 빈곤이 극심해진다”고 분석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