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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ℓ로 100km 달린다(?)” 슈퍼 연비의 진실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단 1ℓ의 연료로 100km를 달릴 수 있을까.

국내 베스트셀링카인 현대차의 쏘나타(2.4 가솔린 자동변속기 기준)의 공인 연비(에너지소비효율)가 11.5km/ℓ 이고, ‘자동차 왕국’ 미국에서 지난해 판매된 신차의 평균 연비가 10.37km/ℓ인 점을 감안하면 10배 가량 높은 이른바 ‘슈퍼 연비’다.

지난 4월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이같은 초고효율 차량이 나와 시선이 집중됐다. 바로 르노삼성자동차가 선보인 ‘이오랩’이다. 업계는 이오랩의 기술력은 입증됐지만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아 양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1ℓ로 100km 주행이 가능한 르노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 ‘이오랩’

▶꿈의 연비, 꿈이 아니다=이오랩은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이 결합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이다. PHEV는 외부 전기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충전한 전기로 주행하다 충전 전기가 모두 소진되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작동하는 일반 하이브리드차 방식으로 운행된다.

이오랩의 100km/ℓ 연비는 유럽연비시험기준(NEDC) 검증을 마친 전기모터로 주행 가능한 거리인 66km에, 999cc 3기통 가솔린 엔진 1ℓ로 갈 수 있는 34km를 합한 값이다. 엄밀히 말하면 첫번째 1ℓ로 100km를 갈 수 있다는 의미다.

PHEV는 전기와 유류 중 어떤 모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연비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ℓ당 주행 가능한 거리’가 ‘전기’와 ‘유류’로 구분된다.

연비와 직결된 이오랩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2g/km에 불과하다. 이는 유럽연합(EU)이 2020년까지 목표로 한 95g/km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오랩이 ‘꿈의 연비’를 실현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공기역학적 설계와 초경량화, 첨단 하이브리드 기술이 꼽힌다.

공기저항계수를 0.235cd로 줄이고,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을 활용해 동급대비 무게를 400kg 덜어냈다. 특히 마그네슘으로 만들어진 지붕은 포스코와 공동 개발한 것으로 무게가 4kg에 불과하다. 여기에 시속 120km/h로 60km를 달릴 수 있는 르노의 Z.E. 하이브리드 기술 등 100여개의 혁신 기술이 농축됐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이오랩의 ℓ당 100km 연비는 NEDC 인증을 마쳤다”며 “단순히 미래차의 개념을 보여주는 컨셉카가 아닌 부품사와 세계 자동차 전문기자들 앞에서 시연을 마친 프로토타입차(금형제작까지 마친 양산직전 차량)로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의 이항구 선임연구원도 “ℓ당 연비 100km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연기관 차량이 연비 100km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미 프랑스 푸조 시트로엥의 경우 디젤 엔진으로 50km/ℓ 연비 실험에 성공했다”며 “탄소배출이 적은 하이브리드차는 더 쉽게 고연비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산까지는 ‘글쎄’=그러나 이오랩과 등 초고효율차량이 실제로 판매될지는 미지수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는 역설적으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오랩만 해도 아직까지 양산 계획은 없다. 예상 판매대수를 고려해 양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원가절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르노 측은 이오랩의 100개의 혁신기술을 2016년 최대 30%, 2018년 60%, 2022년 90%의 양산차에 순차적으로 적용한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이오랩과 같은 프로토타입차 개발은 양산용이라기 보다 완성차 업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적은 친환경차 선두업체라는 구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33.3km/ℓ 디젤엔진이 탑재된 푸조의 ‘New 푸조 208’. 이 차량에 장착된 1.6 BlueHdi 엔진은 5-speed 수동변속기와 조합해 연비 50.05km/ℓ를 기록했다.

▶국내차 연비경쟁 고전=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연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국내차의 경쟁력은 뒤처지고 있다. 내연기관의 경우 연비가 우수한 디젤엔진 기술력이 유럽에 비해 떨어지고, 친환경차량 개발도 일본이나 유럽에 견주어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일본과 프랑스는 정부가 직접 나서 당근(지원)과 채찍(규제) 정책을 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수소연료전지차 보급과 수소충전소 설치 등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프랑스 정부는 자국의 자동차 업체에 아예 ‘2ℓ’당 100km 주행가능한 차량을 만들라고 정책 지시를 내렸다. 르노의 이오랩과 푸조 시트로엥의 연비 50km/ℓ의 디젤 엔진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연구개발비도 걸림돌이다. 이항구 선임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독일은 불황에도 매년 25조~30조원씩 R&D에 투자했지만, 국내 완성차는 총 6조원 수준에 그쳤다”며 “독일의 경우 누적으로 계산하면 100조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202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연구개발비로 31조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기업 평균 연비를 2014년보다 25% 향상시키는 ‘2020 연비향상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현대차 평균 연비는 지난해 12.3㎞/ℓ(미국 기준)에서 2020년 15.4㎞/ℓ로, 기아차는 11.6㎞/ℓ에서 14.6㎞/ℓ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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