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국내에 있는 북한 이탈주민은 2만7810명이라고 합니다. 이중 여성이 1만9508명으로 70%를 차지한다네요. 2006년 이후 매년 탈북여성이 1000명 넘게 남측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결혼 시장에서 ‘남남북녀‘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미혼 탈북녀들을 남측 남성들과 결혼을 조건으로 매칭하는 거죠.
‘남OOO’, ‘위△△’, ‘하□□□’ 등 결혼중개업체는 한해 300만원 정도의 회비를 내는 회원제로 운영되며, 새터민 여성만 전문으로 연결시켜 준다고 합니다. 업체들은 ‘남남북녀’란 문구를 동원, 남측 남성과 북한 여성의 결합이 전통적으로 이상적인 조합이라고 광고하고 있죠.
한 새터민 여성 전문 결혼중개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 문구를 볼까요.
‘탈북여성들에게는 한국사회의 옛 여인상이 남아있어 가정에 충실하고 헌신적이며, 외국여성보다 언어나 문화면에서 이질감이 없고 2세의 혼혈문제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이 업체는 새터민 여성들과의 결혼을 원하는 남한 남성이 많아지는 추세라며, 신붓감으로서 탈북여성들의 ‘장점’을 이같이 적고 있습니다. 결혼을 통해 빠른 정착을 원하는 새터민 여성들과 피부색 등의 면에서 해외 여성보단 낫다고 생각하는 남한 남성들과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점도 이들 업체들이 노리는 대목이죠.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북한 여성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심어주고 편견을 고착화시켜 또 다른 가정 불화를 방조할 수 있다는 지적이죠.
탈북여성인권연대 관계자는 “북한 여성들도 전통적인 이미지로부터 많이 변화했다”며 “그렇게 홍보해야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겠지만, 북한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생을 한 탈북여성들이 고정관념을 가진 남성을 만난다면 또 다른 상처를 받고 결혼이 깨지는 일이 생겨 안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탈북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키는 것은 일종의 상술”이라면서 “이는 새로운 남북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김석향 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 교수(북한학)도 “북한여성 결혼업체는 순전히 경제논리로 작용하고 있다”며 “결혼이주여성을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도구적 인간관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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