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접어두고 지금 사는 곳에 머물려는 서울시민이 늘고 있다. 18일 서울시가 발표한 ‘2014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른 결과다. 서울서베이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과 시민의식, 주요 생활상 등 217개 지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이 담겨 있다. 15세 이상 4만5496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조사가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5년 내에 이사를 계획하는 가구’는 24.2%로 나타났다. 이런 응답은 지난 2007년 41.5%를 기록한 뒤 ▷2009년 35.0% ▷2011년 28.4% ▷2013년 26.4%로 줄곧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현재 사는 곳에서 계속 살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사를 계획하는 비율이 가장 많이 줄어든 자치구는 강남구, 송파구, 광진구, 양천구 등이다. 강남구의 경우 2009년 50.7%였으나 이번 조사에선 24.9%로 반토막났고 양천구도 35.7%에서 8.9%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광진구(41.2%→22.4%)와 송파구(33.0%→24.9%)도 떨어졌다.
이사 심리가 떨어진 가장 주요한 원인은 ‘전세난’이 꼽힌다. 송파구 신천동 학사공인 심용진 대표는 “2~3년 전에 20~40%에 불과하던 전세 재계약 비율이 올 들어 60~70%로 늘었다”며 “아파트 전세 찾기가 힘드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재계약하고 계속 사는데, 집주인과 세입자가 알아서 재계약하는 경우를 합치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기존의 전세가 재계약을 거치며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바뀌는 추세는 심화되고 있다. 저금리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강남구의 전세 거래량은 2011년 4356건(1분기)에서 올해 3600건으로 17%가량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 거래량은 971건에서 1985건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마땅한 전세 매물을 다른 곳에서 찾기도 힘든 상황이 영향을 줬다”며 “이사비용과 중개보수까지 고려하면 지금 집을 유지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확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사를 계획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데에는 단순히 전세난 같은 주택시장의 요인 외에도 더 큰 틀에서 다양한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회ㆍ경제적으로 봐도 창업률과 취업률이 떨어지는 등 전체적인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면 이동 심리가 줄어든다”며 “주거비가 부담스러운 젊은이들이 부모와 같이 사는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등 가구분화가 어려워지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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