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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 쿡과 스티브 잡스, 연설 어떻게 달랐나?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간다는 것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또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항해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6000여 명의 미국의 조지 워싱턴대 졸업생들 앞에 선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54)의 대학 연설 강연 중 일부입니다. 그의 연설 요지는 ‘부당함’과 ‘싸우라’는 것이었죠. 

겉으로 드러난 빙산은 얼마 안 되지만, 물속에 숨어있는 커다란 덩어리, 다시 말해 배후에 숨어 있는 사회구조에 주목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 그는 왜곡되고 정의롭지 못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행동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곁에서 지켜보고만 있는 것은 여러분이 진정 살고 싶어 하는 삶이 아닐 겁니다. 이 세상은 여러분이 경기장(=투쟁의 장) 안으로 들어오길 원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고 끝내야만 할 불의가 있고 박해받고 있는 사람들과 치료해야 할 질병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진실한 가치를 계속 지키기를 바랍니다.”

지난 2011년 애플 공동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즈음 애플 CEO에 올랐던 쿡. 연설에서 드러나듯 그는 CEO가 된 이후로 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공적인 역할을 강조해왔습니다. 이날 연설에서도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짚으며 미국 내 해묵은 인종 차별 문제까지 끄집어 냈죠. 

한 마디로 열심히 노력해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선천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겁니다. 롤스의 ‘정의론’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롤스의 생각은 간단합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사회적 우연성과 타고난 선천적인 능력에 따라 가난과 부가 결정되선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철저하게 그 사람의 후천적 노력에 의해서 평가받아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서로 다른 집단의 갈등에서 승리한 집단이 패배한 집단을 영구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점에서 쿡은 “무엇이 옳고 진실된 것인지를 나 스스로 찾아내야 했다”며 고백했죠.

그렇다면 ‘혁신의 아이콘’이자 애플의 창시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대학연설은 어땠을까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그는 미국의 스탠포드대 졸업식에서 명언을 남겼습니다.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똑똑하고 다 배웠다고 자만하지 말고 항상 모자란다고 생각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

팀 쿡의 연설과 비교하면, 스티브 잡스의 축사는 보다 ‘개인’의 노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의 연설은 큰 틀에서 ①집안이 가난해 대학을 중퇴해야 했던 것 ②자신이 창업한 애플사에서 해고를 당한 것 ③췌장암에 걸려 사망선고를 받았던 것 순으로 전개됩니다. 이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도전한 결과, 세상이 주목하는 성과를 이뤄냈다는 게 잡스가 전하는 연설의 요지입니다.

스티븐 잡스와 팀 쿡의 대학 연설 모두 그 나름대로의 감동을 전합니다. 두 CEO가 살아온 과거와 이뤄낸 성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어떤 연설이 낫다’고 평가하기 어렵기도 하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치부하기엔 이 땅 위의 청년들이 버겁기만 합니다. 언제까지 청년들에게 모든 상황을 그저 받아들이고 인내하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죠.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롤스처럼 복지국가를 꿈꿉니다. 부모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자식도 가난하게 살지 않는 나라, 잘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 자신의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나라. 롤스가 말하는 이상사회이자 쿡이 말하는 부당하지 않는 사회가 보다 ‘정의로운 사회’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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