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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활한 ‘배달전쟁’…위험 내몰린 음식점 배달원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30분 배달제’를 슬그머니 부활시키는 등 ‘배달전쟁’을 재개하면서 라이더(오토바이 배달 직원)들의 사고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업체가 고객들에게 주문에서 배달까지 이르는 시간을 30분, 20분 내외로 안내하면서 시간에 쫓기는 라이더가 도로에서 ‘죽음의 레이싱’을 펼치는 것.

최근에는 라이더가 배달 중 사망에 이르는 사고까지 발생해 우려가 제기된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배달 전쟁’으로 ‘라이더 알바생’들이 사고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다. 주문에서 배달까지 30분, 20분 내에 완료하도록 하는 제도가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경찰과 패스트푸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울산시 중구 남외동 병영사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가던 27세 청년이 마주오던 차량과 충돌해 사망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청년은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배달을 하던 중 신호를 위반하고 달려오던 차량을 피하지 못해 참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업체 측은 “라이더가 아닌 100% 상대방 측의 과실로 사고가 났지만, 회사에서 산재처리와 보상을 완벽하게 지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업계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심야에 급하게 배달에 나섰다가 사고를 피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피자배달 알바생들의 사망사고가 잦아지면서 자취를 감춘 듯했던 ‘30분 배달제’는 지난 해 패스트푸드3사(맥도날드, 롯데리아, KFC)가 배달 서비스를 연이어 강화하면서 슬그머니 재등장했다.

선발업체인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전체 매장 중 75% 가량에서 배달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배달서비스 경쟁이 거세지면서 나타난 전략이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배달 전쟁’으로 ‘라이더 알바생’들이 사고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다. 주문에서 배달까지 30분, 20분 내에 완료하도록 하는 제도가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라이더들은 “본사에서 ‘배달 한 건에 소요되는 시간’을 계산해 각 매장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맥도날드의 ‘히트레이트’ 제도다.

맥도날드는 매일 개별 라이더 별로 전체 주문 건수 중에서 배달을 30분 내에 완료한 비율을 ‘라이더 존’이라는 전산망을 통해 보고한다.

각 라이더 별로 하루에 몇 건이나 30분 이내에 배달을 완수했는지 여부가 숫자로 표시된다.

라이더들은 “히트레이트가 매장 관리자들의 인사평가에 반영된다”며 “당연히 매장의 관리자들은 무언의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6개월째 맥도날드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A(28) 씨는 “음식이 식기 때문에 본사 지침은 한 번 배달을 나갈 때 주문 한 건만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배달이 많은 시간에는 두세 곳씩 배달을 가기도 한다”며 “많게는 한 시간동안 네 군데 배달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배달 후발주자인 롯데리아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4월 말 기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롯데리아 점포는 893곳으로, 맥도날드에 비해 두 배 이상 많다.

하지만 배달 직원 수는 맥도날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제한된 인력으로 고객을 응대하다보니 라이더의 근무강도가 셀 수밖에 없다.

한 롯데리아 라이더 경력자는 “자동차로 거리가 15분 걸리는 장소에서 주문이 들어왔는데, 온라인에서는 고객에게 20분 이내에 배달을 할 수 있다고 안내됐다”며 “피크 시간에는 햄버거를 만드는 데만 15분이 걸리는데 이런 점도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본사의 주장은 현장의 목소리와 상반된다.

맥도날드 국내 본사 관계자는 “실제로 배달에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많다”며 “고객에게 예상시간을 안내하기 위한 차원이지 배달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고 라이더나 매장을 압박하는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롯데리아 관계자 역시 “라이더가 배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배달이 늦을 경우 점주가 고객에게 전화해 양해를 구할 뿐 라이더를 독촉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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