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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우리동네는 공사중·치안은 부재중
수도권 대규모 택지개발지구…파출소등 태부족 범죄 무방비
미사동 경찰1인당 주민2천명 담당…용인·하남 파출소신설 요구 빗발



지난달 22일 밤 11시께 서울 강동구 강일동의 A 아파트 10단지 인근 도로에서 납치 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세 명의 남성이 차량을 이용해 귀가 중이던 여성 한 명을 납치하려다, 여성이 가까스로 탈출하면서 미수에 그친 것이다.

사건이 벌어진 A 아파트 인근도로는 택지개발지구인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과 인접해 있는 곳이다. 이 도로를 따라 아직도 공사가 진행중인 곳이 많다.

이에 평소 주민들은 해가 떨어지면 주변 인적이 드물어지는 만큼 혼자 다니길 꺼리고 있다.

강일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많은 주민들이 사건 발생 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강일지구대에 순찰을 요청했고, 하남 경찰서에도 피해 여성이 하차했던 버스정류장의 위치를 조정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입주와 개발이 동시에 진행중인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와 인근 지역 주민들이 치안 부재로 불안에 떨고 있다. 택지개발지구란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 일정 구역을 지정해 택지를 조성하는 곳. 그러나 수천여세대가 이미 입주해있음에도 인근에 치안을 책임질 파출소가 없거나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적잖아 범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미사지구에 앞서 약 6년 전 택지개발을 통해 완공된 A 아파트는 납치 미수 사건 외에 잊을만 하면 절도 사건이 벌어져 주민들의 불안감이 끊이질 않았다. 몇달 전에도 두 가구가 털렸다. 단지 사이에 강일지구대가 있지만, 순찰차가 1대 뿐이라 범죄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민 한모(54ㆍ여) 씨는 “귀가가 늦어질 때면 항상 누가 따라오는 게 아닐까 무섭다”고 털어놨다.

바로 옆 미사동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지난해 6월 976가구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3개 블록에 3000여 가구가 입주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도 입주자들이 살고 있는 단지 바로 옆에선 공사가 한창인 곳이 많다. 밤에는 인적이 끊겨 오가는 차량도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럼에도 미사지구 내 파출소는 전무하다. 덕풍지구대 경찰관 33명이 순찰차 2대로 미사동의 안전까지 책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경찰관 1인당 주민 수는 2117명에 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선 경찰관 1명당 주민 수 500명 내외가 바람직하지만, 이를 4배나 넘겼다.

이에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파출소 신설을 요청했다. 하지만 면적, 인구, 112신고건수, 주요 범죄 발생 건수 등의 기준에 못미친다는 이유로 요청안은 부결됐다. 다른 신규 택지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라 파출소 신설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파출소 신설을 요구한 지역은 용인 신봉ㆍ서천, 하남 미사, 고양 삼송원흥, 군포 부곡, 화성 향남ㆍ동탄2, 수원 광교지구 등 총 8곳에 달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예산 문제 등으로 대부분의 택지개발지구 내에 파출소나 지구대가 사전에 마련되는 일은 거의 없다”며 “범죄 예방을 위해 입주가 시작된 지역에 파출소나 지구나 신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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