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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도 포기 체육특기생들 ‘방황의 나날’
고교 야구선수 매년 1500명 배출…프로구단 입단자는 고작 100여명
기량 뛰어나지 않으면 실업자 신세…대학특기생 16%가 조기 은퇴
운동에만 올인 새길찾기 힘들어


“운동 그만두고 뭘 해야할지 몰라 일단 입대했어요”

서울 소재 한 대학 스포츠레저학과에 재학중인 정모(22) 씨는 열 살 때부터 해온 야구선수 생활을 2011년 접었다. 계속된 성적 부진에 한계를 느낀 정씨는 가족과 주변 동료들의 만류에도 결국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로 한 것.

하지만 야구만 보고 달려온 시간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매일 하던 일을 놓아버리니 남은 건 방황의 날들이었다. 보통 사람이 살 수 있는 ‘소박한 삶’에 진입하기도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정씨는 뼈저리게 느꼈다.

정씨처럼 운동을 접고 조기에 은퇴한 후 방황하는 체육 특기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업은 내팽개치고 오로지 운동에만 몰두했지만 대학 진학과 취업의 길은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진로를 바꾸려해도 운동 외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이들에게 앞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체육특기생 입학자는 53개 대학 1439명이다. 2년전인 2012년 74개 대학, 1648명에 비해 약 12.7% 가량 줄었다. 지난 2011년 정부가 대학평가지표를 발표한 이후 대학들이 앞다퉈 운동부를 줄인 결과다.

취업은 대학 진학보다도 더 바늘구멍이다. 실제로 전국 고등학교에서 매년 1500명의 야구 선수를 배출하지만, 프로구단에 선택을 받는 이들은 한해 100 여명에 불과하다.

취업률로 따지면 채 10%에도 크게 못미치는 셈이다.

다른 종목도 사정은 비슷해 또래 중 가장 잘하는 초고교급 선수가 아니면 취업이나 대학진학을 보장받기 어렵다.

왠만한 재능으론 운동을 직업으로 삼기조차 힘든 셈이다. 이렇다보니 중도에 운동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26개 대학 체육특기생의 16.04%가 선수생활을 중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이 새 진로를 찾으려 해도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데 있다.

초ㆍ중ㆍ고교 시절 일단 운동부에 들어가면 학업을 등한시하는 환경 탓이다. 대부분 학생선수들의 학업 능력은 수준 이하다. 그렇다고 다른 기술을 가진 것도 아니다. 운동 외에는 배운 것도, 할줄 아는 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처럼 운동에만 ‘올인’하는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같은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경록 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 교수는 “엘리트 체육으로 길러진 학생들은 불의의 사고나 비전 문제로 운동을 그만둬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방황을 한다”며 “학생선수들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2010년 ‘주말리그’와 ‘최저학력제’ 등을 도입했지만 암암리에 운동만 시켜 별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연계되도록 해, 선수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배출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은퇴선수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이들을 위한 진로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학생선수들이 최소한의 학력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과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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