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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승의날] “우리 아이도 옛 선생님께”…배움도 代를 잇다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선생님은 저희 마음 속 영원한 ‘진짜’ 스승이세요. 그래서 자녀들도 내 선생님에게 보내고 싶었어요.”

이 제자들은 자신들의 은사님이 계신 모교에 아이를 입학시킬 정도로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30여년의 세월을 두고 그렇게 부모와 자식이 같은 스승을 두게 됐다. 


대를 이은 제자를 받고 있는 스승은 서울 염광고(구 염광여고)에서 체육을 가르치는 지영배(59) 선생님이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쭉 염광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그는 80년대 중후반 인문계 고교에 진학했지만 공부보다 예체능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반’을 만들어 훌륭하게 키워냈다. 당시 국내에는 생소했던 소프트볼을 가르치며 한국 여자소프트볼 1세대 국가대표와 지도자 등을 배출해 내기도 했다.

이때의 제자들이 자신신의 자녀를 다시 선생님이 계신 염광고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제자들은 지 선생님에 대해 하나같이 “진짜 선생님, 진짜 스승”이라고 입을 모았다.


똑같이 선생님이 된 제자 맹지영(48ㆍ여)씨는 자신의 딸과 아들을 모두 염광고에 보냈다. 맹씨는 “내 자식들을 선생님께 보이는게 사실 왠지 모르게 부담도 됐었다. 그런데 오히려 자신으로부터 지 선생님에 대한 얘기만 들어왔던 남편이 ‘아이들을 이 학교에 보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제자들도 심지어 주소지를 옮겨서라도 보내고 자기 자녀를 보내고 싶어한다고 한다. 바로 지 선생님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맹씨는 “선생님은 항상 우리들을 독려하며 자신감을 심어 주셨던 분이다. 아이들을 선생님이 계신 학교에 보내 놓으니 마음이 너무나 든든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자 이윤영(45ㆍ여)씨는 “선생님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어떤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장점을 찾으며 인정해주셨다”며 “늘 진심어린 마음으로 제자들을 이끄시다보니 졸업한 후에도 끊임없이 이끌어 주셨다. 인생의 멘토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퇴직을 3년 앞두고 있지만 지영배 선생님은 아직도 어린 학생들과 가깝게 소통하고 있다. 권위 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지 선생님은 소통, 상호존중, 협동심 등 ‘체육’교과에서만 몸소 체득할 수 있는 배움에 대해 강조한다.

평가도 개인 등수로 나누는 것보단 그룹으로 묶어 학생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부분을 핵심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운동을 잘하는 학생들이 자신감을 얻게 된다.

지 선생님은 최근엔 체육거점학교를 운영하며 교육감 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도 방과후 토요일 활동 등에서 ‘스포츠매니저클럽’이나 ‘스포츠미디어클럽’등 신선한 활동을 운영해 학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선생님은 고물상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버려지고 소외된 아이들을 끄집어 내서 잘 닦아 가치있게 만드는 역할. ‘문제아’들이라고 포기하지 말고 어떻게든 끌고 가는게 스승의 역할”이라고 지 선생님은 강조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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