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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합상품 “독과점 키운다” VS “소비자 혜택”…누가 맞을까?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독과점을 키우고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VS “할인으로 인한 가계통신비 절감효과 크다”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등을 묶어서 할인 판매하는 통신요금 결합상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정부의 결합상품 규제 움직임에 각 이동통신사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논란은 학계까지 번졌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판매를엄격하게 감시ㆍ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규제 강화는 부당하거나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상반된 견해를 담은 관련 학계 세미나가 하루 차이로 연이어 열리기도 할 정도로 통신 시장의 핫 이슈로 부상했다.

지난 11일엔 서울대 경쟁법센터가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동통신시장 경쟁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의 발표는 대체적으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규제 강화에 무게가 실렸다. 이는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2~3위인 KT와 LG유플러스의 입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반면 이튿날인 12일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가 마련한 ‘ICT 생태계 진화에 따른 방송통신시장 규제의 현안과 과제’ 세미나는 결합상품이 현재로서는 공정 경쟁 저해 요인이 아니라는 주장과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입장과 전반적인 궤를 같이 한다. 

‘가구의 결합상품 이용추이 분석: 2013~201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1위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전이 규제 필요” VS “결합상품 규제는 제2의 단통법 될 수도”

이같은 논란은 최근 몇 년새 통신 시장에서 ‘번호 이동’에서 ‘결합상품’으로 소비자들의 가입 추이와 통신사들의 마케팅전략의 중심이 이동하고,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핵심적인 쟁점은 다양한 결합상품 중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즉 무선과 유선을 결합한 2종 결합요금제에서 불거지고있다. 이동통신 점유율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 전이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 11일 서울 경쟁법 센터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았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박추환 교수는 유무선 결합 상품이 소비자 후생을 후퇴시키고 현재 통신 시장의 공정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는 대표적인 학자다. 이동통신 시장 1위 사업자의 지배력이 결합상품을 통해 유선 시장까지 전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합상품 가입자에게 초고속인터넷을 대폭 할인 또는 공짜로 제공하는 방법을 통해 무선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이를 유선 시장까지 확대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은 결합상품이 개별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가계통신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어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때문에 결합판매를 규제하게 되면 소비자들의 혜택 축소로 여론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켜 제 2의 단통법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또 결합상품의 핵심적인 문제가 유무선 결합상품이 아닌 방송과 통신 결합 서비스라고 보고 있다. 즉 IPTV와 케이블TV(CATV)간의 경쟁구도가 쟁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12일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 주최 세미나에서 ‘방송통신 서비스 결합상품 규제의 현안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맡은 아주대 김성환 교수는 행사에 앞서 미리 배포된 보도자료에서 “이동통신 사업자의 지배력 전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현재로서는 타당하지 않다”며 “결합상품으로 인한 이용자 및 경쟁구조 고착화 우려에 대해서는 그 타당성을 속단하기 어려우며 시장구조 변화에 대한 향후의 관찰과 분석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결합상품에 대한 사전 또는 사후규제 방안을 논의할 만한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김 교수의 입장이다. 현 상황에서의 올바른 정책적 과제는 규제의 재도입 또는 강화라기 보다는 방송통신 분야에서SO 사업자들이 결합상품 시장에서 경쟁력 열위에 있는 원인들을 파악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의 제도적 지원을 모색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현 점유율 구조로 소비자 후생 후퇴” VS “결합상품으로 소비자 후생 증가”

결합상품이 과연 소비자들에게 이익일까. 이에 대한 시각과 분석도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결합상품을 포함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마케팅에 대한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현재 이통3사의 가입자점유율이 5대3대2인 구조가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대경쟁법센터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한 서울대 이인호 교수는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대한 실증분석을 통해 이동통신 3사의 이윤구조가 점유율 격차에 비해 쏠림이 훨씬 심하다고 강조했다. 특정 사업자가 이동통신서비스의 누적초과이윤 23조 중 93%를 점유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이러한 결과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의한 경쟁억제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규제 장치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결합은 곧 요금할인이라는 등식도 오류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경쟁이 결합위주로 전환되면서 현재 단품가격은 할인을 염두에 두고 높게 책정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진정한 가격할인이 아닌 착시효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남대 박추환 교수는 현재의 5대3대2의 점유율 고착화 구조로 인한 소비자 후생 손실규모가 12년간(2002~2013년) 균형적 산업구조(3대3대3) 대비 약 11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반면, 결합상품이 막대한 요금할인 효과로 가계통신비를 절감하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4월 27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정책토론회 ‘통신상의 정부규제, 소비자에 득인가 실인가?’에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김신구 상임부회장은 2014년 4월 기준 이동통신가입자 전부를 대상으로 ‘이동통신+인터넷+TV 결합상품’을 단순 적용할 경우 인터넷 무료할인을 받아 연간 4조 8천억의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4년 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결합상품 이용자의 월당 통신요금은 약 6만5천원이고 5천∼4만원의 가계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통법’ 보고 놀란 가슴, ‘결합상품’ 보고 뛴다

정부는 현재 미래부와 방통위를 중심으로 결합상품에 대한 규제 검토를 하고 있다. 크게 두 방향이다. 하나는 결합상품 할인에 대한 허위ㆍ과장 광고ㆍ마케팅 규제이고 또 한가지는 시장 지배력 전이 여부 판단이다.

하지만 해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결합상품 논란 근저에 깔린 것은 포화에 다다른 통신 시장에서 각 경쟁 주체간 점유율을 두고 벌이는 ‘제로 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어떻게 취해지든간에 경쟁 주체 모두에게 좋은 묘수는 되기 어렵다.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또 다른 사업자에겐 불리한 정책이 되기 십상이다.

어느 쪽이 소비자들의 편익을 위한 것인가도 판단이 쉽지 않다. 똑같은 자료나 수치를 두고도 해석이 이해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단통법으로 더욱 커진 통신사-소비자-기업 간의 불신은 가감없는 논의조차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견제 장치를 통해 후발 주자와의 요금 및 서비스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도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다. 지금의 결합상품 경쟁이 현재의 시장 구도에서는 소비자 편익을 가장 극대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일장일단이있고 각 주장마다 일리가 없는 게 아니지만, 무엇을 하든 소비자가 최후의 피해자가 될 지 모른다는 불신과, 공포심을 부추기는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이 논의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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