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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로ㆍ학원으로ㆍ집에서…천차만별 ‘5월 단기방학’ 풍속도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해외로, 학원으로, 집에서…’

관광주간과 연계돼 오는 15일까지 일선 학교장 재량으로 시행되는 첫 ‘단기 방학’을 보내는 학생들의 유형도 천차만별이다.

적잖은 학생들이 이 기간을 이용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났고, 일부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은 학원 행을 택했다. 

오는 15일까지 일선 학교가 처음으로 관광주간과 연계한 5월 단기방학에 들어간 가운데 가족동반 해외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모습. 기사내용과 무관.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이런 가운데 저소득층 자녀들은 여행은커녕 학원조차 가지 못해 사실상 가정에서 ‘방치’되고 있다.

단기 방학이 취지와는 다르게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부 김모(36ㆍ여) 씨는 최근 5살, 8살 난 두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과 함께 4박5일 사이판 여행을 다녀왔다.

계획에 없는 여행이었지만, 초등학교 1학년생인 첫째 딸이 6일까지 단기 방학을 한다고 해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친구들은 전부 가족이랑 해외 여행을 간다고 했다”는 딸의 말도 김 씨의 결정을 부추겼다.

김 씨는 “모처럼만에 주어진 방학이고, 가정의 달이기도 해서 이 시간을 의미없이 흘려보내고 싶진 않았다”며 “막내까지 함께한 해외 가족여행은 처음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15일까지 일선 학교가 처음으로 관광주간과 연계한 5월 단기방학에 들어간 가운데 가족동반 해외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모습. 기사내용과 무관.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12일 하나투어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이달 들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적잖이 늘었다.

올해 처음으로 정부가 ‘관광주간’ 행사를 실시하며 5월 중순 관광 수요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30%가량 증가했다.

단기 방학 동안 여행이 아닌 공부에 몰두하는 학생들도 많다.

아예 학원 단기 특강 프로그램을 신청해 학교 대신 학원으로 ‘등ㆍ하교’를 하는 것이다.

대부분 휴가를 내기 힘든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이다.

자녀들을 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만큼, 맞벌이 부부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

직장인 김모(39ㆍ여) 씨도 초등학생 자녀를 단기 방학 동안 학원에 보냈다.

김 씨는 “당장 방학이라는데 어린 애를 맡길 곳이 없어 미술학원 특강을 신청했다”면서, “엄마, 아빠 전부 직장에 나가는데 애들만 쉬면 뭐하라고 이런 방학을 만들었는지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원가도 이러한 수요를 예측해, 단기 방학 전 발빠르게 특강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행도, 학원도 보내기 어려운 저소득층 입장에선 단기 방학은 막막할 따름이다.

아이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집과 동네 주변만 맴도는 실정이다.

이에 교육부가 초등 돌봄교실 운영과 도서관 개방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각 학교마다 운영 시간의 차이가 있거나 급식이 나오지 않아 여전히 일부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기 방학 도입으로 저소득층 자녀들의 소외감을 키울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남편과 이혼 후 8살, 6살, 2살 세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A(27ㆍ여) 씨도 단기 방학 기간 동안 그야말로 ‘멘붕’ 상태였다.

다니고 있는 직장은 연중무휴인데 세 아이가 전부 집에 있게 된 것이다.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아이가 셋이라 비용이 만만치 않아 포기했다.

결국 A 씨는 직장 상사에 간곡히 부탁해 어린이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지만, 내년에도 이런 상황을 반복할 자신이 없어 직장을 옮기기로 했다.

A 씨는 “단기 방학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맞벌이나 편부모 가정도 고려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학교 차원에서라도 이런 대책은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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