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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론’ 세태에 교수들도 말리는 ‘인문계 대학원’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인문계 외면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대학 교수들마저도 제자들의 인문계 대학원 진학을 말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의 90%는 논다)’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냉혹한 취업시장에서 대학원 공부가 취업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씁슬한 현실 때문이다.

아동상담학 석사과정을 준비하던 이모(여ㆍ25) 씨는 상담을 하던 교수에게 “집에 돈 있으면 공부해라, 이 쪽 공부는 경제력이 뒷받침되면 우아하게 할 만하다”라는 말을 들었다.

지난해 서울소재 한 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던 김모(여ㆍ26)씨도 교수들에게 찾아가 상담했지만 돌아오는 얘기는 “웬만하면 다시 생각해봐라, 그냥 취직하는 게 어떻겠느냐”라는 조언이었다.

교수들로서는 대학원에 학생을 유치하는 것이 좋지만 대학원 진학이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제자들의 암담한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조범환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공부하는 동안 경제적으로 어렵고,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재차 물어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지난해 인문계열 일반대학원(석박사 포함) 졸업자의 평균 취업률은 42.9%에 머물렀다.

73.0%에 달하는 공학계열 대학원 졸업생 취업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어렵사리 취업을 해도 고용의 질이 좋지 않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인문계열의 전업 시간강사 비율은 84.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현실에 대학원에 진학했다가 그만두고 취업준비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문계 대학원에 진학했다가 한학기 만에 그만 둔 이모(27)씨는 “‘석ㆍ박사까지 따고 시간강사를 하면 250만원 정도 벌 수 있는데, 초등교사 초봉과 같지만 그보다 10년 늦게 출발하는 것’이라는 교수의 말에 회의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손병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인문학에 재능있는 학생을 ‘교수감’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가도, 그런 학생이 일찌감찌 로스쿨 등으로 우회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허탈하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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