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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행ㆍ협박 없는 강제추행 무죄…낮은 수위 성희롱 처벌 입법 급물살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강제추행’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강화되면서 여성을 대하는 남성들의 행동거지가 조심스러워졌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은밀한 곳에서는 직장상사 등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강제추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A씨는 직장상사 B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했지만, 최근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의 판결을 납득할 수가 없다. 우리 사회 한편에서는 ‘좋으면 애정표현이요, 싫으면 강제추행’이라는 주관적 해석여지가 많은 강제추행죄 때문에 몸 사리는 남성들이 많은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강제추행죄의 제한적인 법 적용때문에 고통받는 여성들이 공존한다.

A씨의 사연은 이렇다. 2013년 한 업체에 취직한지 1주일만에 사장인 B씨가 부르기에 사무실로 갔더니, B씨는 문을 잠그라고 한 다음, 반바지로 갈아입어도 되겠느냐고 묻고는 트렁크 팬티만 입은 채 앉았다.

얼마 뒤 사장은 고스톱을 쳐서 이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자면서 A씨를 자신의 옆에 앉게 했다.

내기에서 이긴 사장은 A씨에게 “다리를 주무르라”고 시켰고, 종아리를 주물러 주자 오른쪽 다리를 A씨의 허벅지 위에 올리고는 “더 위로, 다른 곳도 주물러라”고 말했다.

A씨는 성적수치심과 함께 모종의 위압감을 느껴 직장상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면서 B씨를 강제추행죄로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에게 “반성하는 기색이 부족하고, 피해자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죄질이좋지 않다”면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강의 80시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다리를 A씨의 허벅지에 올리고, 다른 곳도 만지라고 말한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면서도 형법 298조의 강제추행죄가 성립되려면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B씨의 행동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B씨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A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거절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B씨가 다리를 A씨의 허벅지에 얹은 것만으로는 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도 B씨의 행위가 강제추행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한 여성계의 반발이 만만찮은 가운데, 법 개정 또는 신설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강제추행보다 낮은 수위의 희롱을 명문화해 형사처벌하는 것이다.

검찰의 이수창 부장검사는 최근 성희롱 행위에 대한 형사법적 규제라는 논문을 통해 “그간 폭행, 협박 등을 가하지 않은 성희롱의 경우에는 과태료나 손해배상 정도의 법적 제재에 그쳤다”면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내에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법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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