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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비 “예쁜척 안하기 너무 어렵네요”
뮤지컬 ‘유린타운’서 호프 캐릭터로 또다른 변신 준비…고시공부하듯 대본 연습 그래도 마음 편하고 즐거워 ♪~
“고시공부하듯 대본을 팠어요. 조수미 선생님이 빙의된 것처럼 새벽까지 노래 연습도 하고 있죠. 성악 발성이 많거든요”

아이비는 당대 최고의 섹시 가수에서 점차 뮤지컬 배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뮤지컬 ‘시카고’의 섹시한 죄수 록시, ‘고스트’의 청순한 몰리 등을 소화했다. 오는 17일 개막하는 뮤지컬 ‘유린타운’에서는 순수한 성격을 가진 부잣집 딸 호프로 변신한다.

‘유린타운’은 제목부터 파격적이다. 한국말로 ‘오줌마을’이라는 뜻이다. 물 부족 마을에서 유료 화장실 독점 사용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호프는 주인공 바비가 권력에 맞서 민중 봉기를 일으킬 때 옆에서 차분히 용기를 주는 역할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예장동 한 카페에서 만난 아이비는 “‘유린타운’에서 호프가 가장 어려운 역할같다”고 털어놨다.

“연습 때 연출님께서 ‘예쁜 척하지 말라’고 하시는 거예요. 전 예쁜 척하려는 것이 아니고 순수하게 보이려고 한 건데…. 잘못 표현하면 백치로도 보일 수 있는 캐릭터예요. 울고 화내는 연기보다 훨씬 어려워요”

히트곡 ‘바본가봐’, ‘유혹의 소나타’ 등을 보면 가창력과 춤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아이비다. 그런데도 연기말고 노래와 춤도 걱정이라며 겸손함을 내비쳤다.

“성악은 예전에 배운 적이 있는데 흉내내는 수준이예요. 뮤지컬 배우들은 발레나 탭댄스 등 기본부터 배우는데 전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사실 방송 안무는 뮤지컬 안무보다 쉬워요”

‘유린타운’은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2001년 초연했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3개월 뒤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다. 국내에서는 2002년 초연, 2003년과 2005년 재공연 이후 10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다.
‘섹시 아이콘’ 아이비는 오는 17일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유린타운’에서 순수
한 처녀 호프로 변신한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10년 전에 비해 무대나 극의 구성이 많이 달라져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 것 같아요. 재미있고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지만 메시지가 담겨있죠. 극이 끝나면 관객들은 다시 한번 생각에 잠기게 될 거예요”

아이비는 2010년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로 데뷔한 이후 ‘시카고’, ‘고스트’의 여주인공을 꿰찼다. ‘시카고’의 해외 스태프들은 아이비를 “세계 최고의 록시”로 꼽기도 했다.

“처음 ‘시카고’에 출연했을 때 연출님께서 새벽 1시까지 개인지도를 해주셨어요. 제가 잘난 척할 수 없는 이유는 혼자 잘해서 된 것이 아니니까요.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뮤지컬이 저를 겸손하게 만들었죠. 재능있는 뮤지컬 배우들이 너무 많아서 위기의식과 질투심도 많이 느껴요”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는 아이비지만 집에서 몰래 눈물을 흘릴만큼 여린 성격이다. 어느 작품이든 첫 공연 때는 너무 떨려서 이명 현상까지 온다고 한다.

“티는 잘 안 내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가끔씩 내가 너무 작아보일 때 남몰래 울면서 잠들 때가 있어요. 그런 다음날은 미친듯이 연습을 하죠”

아이비는 배역에 있어서만큼은 욕심이 많다. 지난해 ‘시카고’ 때는 원캐스팅을 고집했다. 제주도 등 지방 공연까지 6개월여간 공연했지만 한회도 빠지지 않았다.

“뮤지컬은 하루종일 육체적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방송에 비해 힘들지 않아요. 즐기고 있으니까요. 마치 직장인처럼 공연장으로 출근했다 자기 전에 집에 돌아오잖아요. 그게 재미있어요(웃음)”

2005년 아이비는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대형 신인 가수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데뷔 초에는 소속사가 시키는대로 신비주의를 전략으로 삼았다. 항상 밴 차량 안에 갇혀 있었고 화장실도 허락을 받고 가야했다.

“창살없는 감옥 생활을 한거죠. 원래 제 성격은 전혀 신비롭지 않아요. 그냥 동네 언니예요. 과거에는 제가 제 인생의 주인이 아니었어요. 시키는 대로만 하고 소속사나 대중의 눈치를 봤죠. 지금은 제가 제 인생의 진짜 주인이예요. 마음이 편하고 인생이 즐거워요”

아이비의 꾸밈없는 성격은 블로그에서도 나타난다. 아이비는 한 포털 사이트가 선정한 파워블로거다. 화장품, 음식 등에 관한 사진과 친절한 설명을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일기장처럼 생각하고 끄적끄적 쓰고 있어요. 오타가 많다고 어찌나 지적들을 하시는지 몰라요. (웃음) 제 글을 보면 마치 제 목소리가 음성으로 들리는 것 같대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신문이나 잡지 한 켠에 연재도 하고 싶어요”

가요계의 정상에 올랐던 아이비지만 더이상 명성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한다. 밴에 혼자 갇혀있는 대신 이제는 연습실에서 다른 배우들과 함께 어울리며 에너지를 얻고 있다.

“어느 작품이나 잘 녹아드는 배우, 계속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뮤지컬 ‘아이다’의 암네리스나 ‘위키드’의 하얀마녀 글린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도 해보고 싶어요”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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