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 “부자 아빠 덕 안본다”…상속자들의 인생혁명
20여개 계열사 거느린 英 버진그룹 자녀
부모 덕 안보고 영화 제작자로 성공

美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딸 딜란 로렌
아버지 회사 상속 거부, 대규모 사탕사업

마이클 블룸버그 딸 조지나는 승마선수
주커버그 여동생은 페북 대신 구글 취업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민상식ㆍ김현일 기자] 상상해보자. 태어나보니 부잣집 외동딸이다. 아버지는 7조원대 자산가이자 업계 최고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택하는 답은 아마도 ‘상속녀’일 것이다. 경영수업을 받은 후, 아버지 회사에서 그럴싸한 직함을 갖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는 사탕가게 주인이 꿈이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딸 딜란 로렌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거부하고, 어릴적 읽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진짜 사탕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딜란즈 캔디바’는 7000여종 사탕을 한데 판다. 딜란이 15살 때 품은 ‘세상에서 제일 큰 사탕가게를 짓겠다’는 꿈은 뉴욕 3번가에 현실로 이뤄졌다.

혹자는 “결국 부자 아빠 덕에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 아니야”고 말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굳이 새로운 일을 벌이지 않아도 될 때, ‘어느 집안의 일원’ 이란 것만으로도 주목받는 삶을 살 수 있을 때, 스스로가 결정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오히려 부자 아빠가 있어서 더 어려울 수 있다.


▶‘아버지 회사 말고, 내 인생’...부호의 아들ㆍ딸=랄프 로렌의 자녀 셋 중 둘은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 않다. 큰아들 앤드류는 영화 프로듀서다. 빌리어네어 아버지를 두었지만, 그는 막대한 자본이 드는 블록버스터가 아닌 독립영화제작자로 알려져 있다. 앤드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내가 누구(의 아들)인지를 알면, 항상 문제가 일어났다”면서 “사람들은 내게 셔츠 좀 보내줄 수 있냐고 요청했고, 이 때문에 선제대응하고 이를 조정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그게 바로 프로듀싱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괴짜부호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두 자녀 역시 아버지 회사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 버진그룹이 6개 부문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 집단임을 감안하면 일가 친척이 모두 ‘버진 패밀리’일 법도 하다. 그러나 브랜슨의 딸 홀리는 의사고 아들 샘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다. 특히 다큐 영화에 대한 샘의 자세는 매우 진지하다. 영화 제작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북극권을 트레킹하며 여행했을 정도다. 2012년 그는 본인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금기를 깨다(Breaking the Taboo)’를 처음 선보이며 제작자로 데뷔했다. 영화는 미국정부가 50여 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벌여온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다루고 있다.

‘상속녀’로 불리는 것을 아예 거부한 이도 있다. 조지나 블룸버그는 마이클 블룸버그의 딸이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인 블룸버그 그룹의 창업자인 마이클의 자산은 367억 달러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3배다. 그러나 그의 딸 조지나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택한 길은 승마 선수다. 아버지가 뉴욕 시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뉴욕시청에서 일을 도운 언니 엠마와는 정반대다. 2003년 미국 케이블 방송사 HBO의 다큐멘터리 ‘본 리치(Born Rich)에 출연해선 “‘블룸버그’라는 성(姓)이 싫다”며, 상속녀로 소개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의 ‘아이언맨’으로 불리는 래리 앨리슨의 아들과 딸 역시, 리처드 브랜슨이나 랄프 로렌의 아들처럼 영화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부잣집 남매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보기엔, 앨리슨가(家) 남매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메건 앨리슨은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에 본인이 제작한 ‘아메리칸 허슬’과 ‘허(Her)’ 두 작품을 나란히 올렸다. 이로써 그는 두 작품을 동시에 작품상 후보에 올린 첫 여성 제작자가 됐다. 


그의 오빠 데이비드 역시 제작사 스카이댄스(Skydance)를 운영 중이다. 이 프로덕션은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2011)과 ‘지.아이.조’(2013), ‘월드 워 Z’(2013) 등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를 제작해왔다. 현재 ‘터미네이터5’와 ‘스타트렉3’의 제작도 준비 중이다. 데이비드는 제작뿐만 아니라 영화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2005년 데뷔한 이래 6편의 영화에 배우로 이름을 올렸다. 2011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인물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페이스북’ 대신 ‘구글’ … 오빠의 스카우트를 거절한 여동생=전 세계 14억 인구가 사용하는 플랫폼,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의 형제들은 페이스북에서 일하기를 거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주커버그의 여동생 아리엘은 지난 2012년 구글에 입사했다. 그는 구글이 인수한 소셜미디어 마케팅 자회사인 와일드파이어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다가, 직원 고용승계가 이뤄지면서 오빠 회사 경쟁사인 구글 직원이 됐다. 주커버그는 그를 페이스북으로 영입하려고 했으나 아리엘은 이를 ‘거절’ 했다.

주커버그가 피붙이로부터 ‘노(No)’라고 들은 것은 아리엘이 처음이 아니다. 그의 누나 랜디도 페이스북 창업 이후 줄곧 마케팅 책임자로 일하다가 독립했다. 랜디는 동생 비즈니스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온라인 접속을 줄이는 운동을 시작한 그는, 2013년 ‘닷’이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IT가 삶을 개선하기보다 압도하고 있다. 24시간 온라인에 접속해있는 삶에서 균형을 되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IT 거물,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의 동생 샘 역시 형 도움을 받지 않고 있다. 샘은 2013년 ‘버터 시스템즈(Butter systems)’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식당에서 종이 메뉴판 대신 태블릿으로 메뉴를 보고 주문하는 플랫폼 제작사인 이 회사에, 형 세르게이는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대신 틈틈히 조언은 해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30조원 자산가 남편 있어도 ‘사모님 아닌 맞벌이’=누나와 여동생 뿐 아니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아내 역시 ‘독립적’ 여성이다. 저커버그의 아내인 프리실라 챈은 소아과 의사다. 둘은 오랜 친구로 지내다, 페이스북 창업 초기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342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가 남편을 두게 됐지만, ‘페이스북 사모님’으로만 남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장기기증등록 서비스 역시 챈의 아이디어였고, 저커버그가 챈이 근무하는 병원에 7500만 달러를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아내 맥켄지 베조스는 소설가다. 제프는 뉴욕 헤지펀드 회사에서 일할 당시, 맥켄지의 면접관이었다. 네 아이의 엄마로 내조에만 전념할 법하지만, 맥켄지는 소설가가 되면서 ‘슈퍼맘’의 상징이 됐다. 2005년에는 미국에서 매년 뛰어난 문학작품을 뽑아 주는 상인 ‘내셔널 북 어워드(National book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프린스턴 동문인 이 두 부부는 모교 산하 신경과학 연구소에 1500만 달러를 기부해 뇌 전문 연구기관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름은 ‘베조스 뇌 연구센터’다.

yjsu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