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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평범해서 돋보이는’ 빌 게이츠의 가족들
1등부자 빌 게이츠 가족의 ‘마이웨이’
변호사출신 아버지는 자선가의 길
누나는 전문 회계사로 펀드운용사 경영
여동생은 여성재단 등서 사회 활동가로
가족 누구도 MS경영 관여 않고 제갈길

빌 게이츠, 어머니 권유로 기부사업 시작
총 재산 87조원의 95% 사회환원 약속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 ㆍ민상식 기자]1960년대 말 미국 시애틀에 사는 변호사 빌 게이츠 시니어(William H. Gates, Sr)는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둔 가장이었다. 한때 교직에 몸담았던 그의 부인 메리(Mary Maxwell Gates)는 쾌활한 성격으로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었다.

부부에겐 방에 틀어박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조용한 아들 ‘트레이’(Trey)가 있었다. 카드놀이를 즐긴 외할머니가 붙인 이름이었다. 트레이란 카드놀이에서 3점을 말한다.

남편의 이름에서 눈치챌 수 있겠지만, 이 소년은 후에 자라서 역사에 남을 인물이 된다. 현재 세계 최고 부호인 빌 게이츠(Bill Gatesㆍ60)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그를 유별나게 키우지 않았다. 오히려 ‘가족을 사랑할 줄 알고, 주변사람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다. 그런 게이츠 가문의 가풍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빌은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인물로 성장했지만, 그의 가족들은 빌의 그늘에 머무르기보다는 평범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 


▶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자라라’던 부모 = 트레이는 사춘기 무렵 종종 부모와 말다툼을 벌이곤 했다. 한번은 트레이가 열두살 때 저녁식사 자리에서 엄마에게 크게 대들었다. 지켜보다 화가 난 아버지는 컵에 있던 물을 트레이의 얼굴에 끼얹었다. 물을 맞은 트레이는 “샤워를 시켜줘 고맙네요”라고 말했다. 비아냥거림이었다. 막내딸 리비는 당시 트레이에 대해 “오빠가 성질이 못됐었다”고 회상했다.

이 경험은 부모로 하여금 트레이의 교육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그들은 전문 상담사와의 만남 후에 트레이를 사립학교 레이크사이드스쿨에 입학시키게 된다. 공부를 많이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트레이가 방구석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학사과정 안에서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법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였다.

트레이는 이곳에서 열세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접하고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운다.

게이츠 집안은 가족간의 유대를 중시하는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다. 가족 사이의 정을 나눌 수 있도록 저녁식사는 반드시 함께 했고, 무엇보다 부지런하고 검소한 습관이 몸에 배게 가르쳤다. 변호사인 까닭에 벌이가 나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절대 자녀들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주는 법이 없었다. 자신의 일에 스스로 책임을 지게 했다.

덕분에 첫째딸 크리스티앤(Kristianne Gates Blakeㆍ61)은 어릴 적부터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성실한 아이로 자랐다. 막내딸 리비(Libby Gates Armintroutㆍ51)는 주위의 여러 압박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세상을 여유롭게 대하는 태도를 갖고 있었다.

젊은 게이츠에게 이런 가풍은 큰 영향을 준다. 스스로 열정을 가지고 뭔가 하려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덕분에 게이츠는 하버드대 2학년이었던 1975년 대학을 자퇴하고 MS를 설립했다. 이어 1978년에는 MS 사무실을 시애틀로 이전했다. 부모가 시애틀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때에만 부모는 게이츠에게 조금의 도움을 줬다. 돈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게이츠가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집안일을 도맡아했고, 아버지는 변호사 경력을 바탕으로 MS 이사회에서 일할 사람들을 찾는 데 도움을 줬다.

하지만 그 이후, 가족들은 절대 MS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게이츠가 1986년 MS 주식상장 후 억만장자에 등극한 이후에도 그의 가족은 각자의 길을 갔다. 


▶ 억만장자 오빠ㆍ동생과는 다른 길을 간다! = 빌의 가족들은 이후에도 계속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워싱턴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빌의 누나 크리스티앤은 공인회계사로서 전문성을 쌓고 투자회사 회장직을 지낸다. 회장 자리까지 올랐다고는 하지만 동생의 덕을 크게 보진 않았다. 그는 1975년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로이트&투쉬에 입사해 12년간 일했다. 이후 1987년 자신의 회계법인 크리스티앤(Kristianne Gates Blake PS)을 설립하고, 2005년에는 미국 지수 제공사인 러셀인베스트먼트(Russell Investment Group) 회장에 선임됐다. 이는 순전히 크리스티앤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결과였다.

여동생 리비은 1986년 퍼모나칼리지 경제학과 졸업 후 비영리단체 12곳에서 사회활동가로 일했다. 메이크어위시재단 등에서 봉사자로 일했고, 1995년 워싱턴여성재단 설립에도 참여했다. 이런 활동으로 리비는 1991년 미국 노스웨스트 필란트로피 어워드에서 ‘박애상’(Philanthropic Family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리비는 현재 시애틀에서 세 아이를 기르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다.

암으로 투병하던 어머니 메리는 1994년 사망했다. 어머니가 숨을 거둔 후 6개월 뒤 빌은 자선사업을 시작했다. 어머니가 생전에늘 빌에게 자선사업에 나설 것을 권유했지만, 빌은 사업에 바빠 자선사업에 선뜻 뛰어들지 못했다. 어머니 사후 게이츠는 그런 자신에 대해 크게 후회를 했다고 한다.

아버지 게이츠 시니어는 오랜 변호사 생활을 마무리한 후에서야 아들의 일에 손을 보태고 있다. 아들이 세운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자선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90세가 가까운 고령임에도 몇 해 전까지 자선사업을 위해 수시로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게이츠가 게이츠에게’(Showing up for life)를 통해 자신의 가족에 대해 밝힌 바 있다. “나는 큰딸 크리스티앤에게서 역량에 대해 배웠고, 트레이로부터 어린시절 호기심이 평생을 갈 수 있다는 교훈을 배웠다. 막내딸 리비에게서 배운 것은 자신감과 따뜻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런 게이츠가의 가풍은 세계 최고의 사업가이자 자선가인 빌 게이츠의 오늘날에 은연중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버지처럼 딸 둘, 아들 하나를 둔 빌 게이츠는 자신의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의미있는 삶을 살길 원한다. 그래서인지 자식들에게는 1000만달러(한화 약 110억원)씩만 상속하고 자신의 자산 803억달러(약 86조8000억원) 중 95%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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