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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병원 옆 장례식장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나도 저기 갈날 얼마 안 남았지 뭐”

경기 고양시 A 요양병원에서 6개월째 생활중인 신모(87)씨는 병원 지하에 들어선 장례식장을 보며 습관처럼 이 말을 되뇌인다.

자체적으로 장례식장을 갖춘 요양병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일이지만 그렇지않아도 가족과 떨어져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안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요양병원은 1339 개에 달한다. 이 중 요양병원과 함께 운영되는 장례식장은 36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사정보시스템에 등록을 하지 않은 장례식장을 감안하면 장례식장을 겸한 요양병원의 수는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성 노인성 질환자부터 죽음에 거의 다다른 중증 노인까지 입소하는 요양병원의 특성상 장례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병원 입장에서는 장례식장을 갖추면 이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요양병원을 먼저 운영하다 장례식장을 추가로 개업하는 곳이 많다. 서울 강서구의 B 요양병원은 지난 2013년 일반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업종을 변경한 뒤, 올 3월에 병원장의 지인이 지하에 빈소 2개짜리 장례식장 운영을 시작했다. 경기 고양시 A 요양병원도 2013년에 먼저 요양병원을 개업하고 수개월 후 빈소 1개짜리 장례식장을 열었다.

이같은 ‘요양병원 옆 장례식장’들은 가족이 직접 부양해주길 원했지만 결국 ‘요양원에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에게 더 큰 상처와 무력감을 안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고양시 C 요양병원의 한 간호사는 “바로 어제 같은 병동에 있던 사람이 운명을 달리하는 것을 일상적으로 보는 노인들이 매일 장례식까지 보면 ‘슬픔의 동질감’을 느끼고 더 힘들어지실 것”이라며 “어르신들의 심리적 안정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신열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양병원만으로는 수익보전이 안돼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며 “요양병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바로 옆에 붙어있는 장례식장이 요양병원의 상업적 측면을 부각시켜 다시 인식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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