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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 도입 매도리포트 비율공시…기관 신뢰회복 도움될까
‘투자자보호’ 금투협 당초취지 불구
증권사 “의무제출 쓸데없다” 반발



이르면 이달 말부터 도입되는 ‘매도 리포트 비율 공시’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객’을 중심에 둔 영업으로 신뢰를 확보하자는 것이 매도 리포트 공시의 당초 취지였지만, 증권사들의 반응은 여전히 “쓸데없는 일”로 모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오는 29일부터 모든 증권사는 리포트를 발간할 때 매수ㆍ중립ㆍ매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보고서에 명기 해야 한다. 관련 내용은 금투협 홈페이지에 매 분기마다 갱신돼 공시된다.

황영기 금투협 회장은 최근 “과감하게 매도 리포트를 내야 한다. 투자자 보호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황 회장은 “업계 스스로가 자정노력을 하지 않으면 규제를 완화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실제로 코스닥 시장을 뒤흔든 내츄럴엔도텍 사태 이후에도 증권사들은 내츄럴엔도텍의 적정주가를 수정하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은 10만원, 키움증권은 9만9000원, 교보증권도 적정주가를 10만원으로 써놓고 있다. 투자 의견은 모두 ‘매수(BUY)’다. 사태 직전까지 증권사들은 “패션이 아닌 대세”, “미개척 영토가 많다”, “세계를 향한 위대한 한걸음”이라고도 했다.

증권사들이 ‘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년간 한국 증권사들이 낸 기업 리포트 가운데 매도 리포트는 0.1%였다. 같은 기간 외국계 지점이 낸 매도 리포트는 9.2%다. 모든 종목을 ‘매수하라’고만 조언하는 증권사 리포트들은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증권업계가 신뢰 회복을 위해 매도 리포트 비율 자율 공시가 도입되지만, 여전히 증권사들의 반응은 ‘쓸데 없다’는 반응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매도 리포트를 쓰는 순간, 법인 영업팀에서 난리가 난다. 해당 기업에선 ‘앞으로 거래는 없을 것’이라는 협박에 가까운 반응도 나온다”며 “외국계 증권사들은 법인 영업 비중이 적다.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B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의무적으로 매도 리포트를 쓰라고 할 경우, 애널리스트들은 별로 관계가 없는 스몰캡 회사들에 대해서만 매도 리포트를 쏟아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유사 반응은 이미 지난해 업계 중위권은 모 증권사가 매도 리포트를 내겠다고 밝힌 이후에도 발생했다.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리포트를 써야 한다는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직장을 아예 옮겨 버리는 후폭풍이 일었다. 증권업계에선 “업계 선두주자가 나섰으면 달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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