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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내일은 슈퍼리치! ⑭ “집밥? 오늘 하루 요리사 빌리세요”..요리계의 우버 ‘키친서핑’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 어릴 적부터 음식과 디자인에 푹 빠져 지내던 한 젊은이가 2012년 요리와 관련된 새로운 서비스를 디자인해 세상에 선보였다. 그가 세운 ‘키친서핑(Kitchensurfing)’은 현재 온라인상에서 전문 요리사와 일반 가정을 이어주는 일종의 중개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젠 배달음식도, 외식도 필요없다’고 말하는 그 젊은 창업자는 바로 한국계 독일인 조보람(31) 고문이다. 식사문화를 바꿔 놓겠다며 야심차게 첫 발을 내딛은 지 2년 만에 총 1950만 달러(약 211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스타트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짝 고르듯 원하는 셰프 ‘찜’하면 우리집 주방에=키친서핑은 이용자가 원하는 전문 요리사를 찾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요리사가 가정집에 방문해 음식 준비부터 테이블 세팅까지 도와준다.

얼핏 단순한 아이디어 같지만 집에서 자주 파티를 하는 서양문화의 특징을 간파했다. 매번 파티음식 준비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키친서핑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뉴욕에서 시작해 현재 보스턴, 시카고, LA 등 미국 7개 지역과 베를린으로 영역을 확장한 상태다.

가격대는 1인당 25달러에서 100달러까지. 여기엔 재료비와 팁도 포함돼 있다. 조보람 고문은 적은 돈으로 집에서 이국적인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실제로 메뉴 종류가 한식, 멕시칸, 지중해, 중동, 라틴 음식 등 20가지나 된다. 채식주의자와 유대인 식사의식을 엄수하는 이들을 위한 메뉴까지 마련돼 있다.

원하는 가격대의 메뉴를 선택하면 해당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셰프들의 약력이 사진과 함께 뜬다. 각 요리사들에 대한 고객후기와 별점도 나와 있어 이용자들의 선택을 돕고 있다. 마치 짝을 고르듯 마음에 드는 요리사를 선택하면 약속한 시간에 맞춰 우리집 주방에 찾아온다.

조보람 키친서핑 창업자.(사진=조보람 트위터)

▶ ‘셰프의 셀럽화’ㆍ‘에어비앤비 효과’ 덕에 성공=키친서핑의 성공 요인으로 두 가지가 거론된다. 먼저 음식이 새로운 트렌드이자 관심분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음식도 문화의 일부로 생각하면서 이국적인 음식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또 요리 관련 TV프로그램 덕에 셰프들이 셀럽(유명인사)화되면서 요리사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졌다.

키친서핑이 ‘에어비앤비 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모바일에서 사람들끼리 집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나 차량을 공유하는 우버가 공유경제의 흐름을 확산시킨 덕분에 온라인상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과 현실에서 교류하는 것을 더 이상 사람들이 꺼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고문은 이같은 공유경제의 특성이 삶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어준다고 강조한다. 우버택시 기사가 원하면 1주일 내내 일할 수 있고, 폰을 끄고 종일 쉴 수도 있는 것처럼 공유경제에선 하나의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나머지 시간에 또 다른 것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율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궁극적으로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키친서핑에 등록된 요리사들은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보다 지금처럼 가정에 방문해 요리하면서 더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키친서핑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 머스커렐라(Chris Muscarella)는 “(키친서핑의) 가장 인기 있는 요리사의 경우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시간의 절반만 일하면서도 1년에 20만 달러(약 2억1600만원)를 벌고 있다”고 했다.
 
조보람 창업자(왼쪽)와 키친서핑 소속 요리사.

▶ 독일 친구에게 한식대접한 어머니로부터 영감=조 고문은 어릴 적 독일 친구를 집으로 불러 한식을 대접한 기억이 있다. 그의 어머니가 내놓은 음식은 친구가 생전 처음 접하는 김과 김치, 만두였다. 조 고문은 조마조마했다. 만약 친구가 그 음식들을 싫어하면 우정도 거기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친구에게 한국 음식의 전통과 먹는 방법을 일일이 설명해줬고, 다행히 친구도 음식을 맛있게 먹어줬다. 조 고문은 “그때 친구는 음식으로 처음 한국 문화를 경험했다”며 “어머니가 어떤 레스토랑도 따라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한식과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것에 사업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키친서핑이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서비스하고 있는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조 고문은 사람들이 음식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길 바랐다. 본인도 해외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은 돈을 쓴 곳이 현지 레스토랑과 식료품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문 요리사가 집에 와서 나만을 위해 해주는 요리엔 미치 지 못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키친서핑에 등록된 요리사들은 고급 레스토랑 출신의 전문 셰프들이 대부분이며 인종도 다양하다.

 
키친서핑 홈페이지 화면. 원하는 가격과 음식에 따라 요리사를 고를 수 있다.

▶ 독일이 아닌 미국을 활동무대로 택한 이유=한국인 부모에게서 독일 국적을 갖고 태어난 조 고문은 사업은 미국 뉴욕에서 시작했다. 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그는 음식 사업을 하길 원한다면 반드시 뉴욕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음식의 수준이 높고 다양하며 투자와 인재를 확보하는 데 더 없이 좋은 곳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이제 아메리칸 드림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 그가 해외 진출을 꿈꾸는 사업가들에겐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조 고문은 먼저 거기서 세 달만 머물면서 사람들을 만나보라고 강조한다. 특히, 커피숍이 사람들을 만나는 유용한 플랫폼이라고 했다. 내가 사업하고자 하는 곳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그곳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적극적인 바깥 활동을 권장했다. 그는 “사업가들이 자신의 아이디어가 빛을 보길 바라면서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 고문은 최근 키친서핑의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말대로 ‘다음을 위해 내다보며 재충전할 수 있는’ 자리다. 그는 키친서핑을 위협할 만한 경쟁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며 자신있는 모습이지만 벌써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요리에 IT를 접목한 사업으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그가 다음엔 또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 조보람이 걸어온 길
1984년 독일 함부르크 출생 → 2006년 함부르크대 정치학 학사 → 2010~2011년 씽크모토(Think Moto) 제품 디자이너 → 2011년 콘스탄츠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학사→ 2012년 키친서핑 공동 창업 → 2014년 포브스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선정 → 2015년 키친서핑 고문

▶ 주요 현황
1950만 달러(2013~2014년 투자유치액)
20만 달러(키친서핑 요리사 최고연봉액)
28세(창업 당시 나이)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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