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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경의 맘다방] 엄마 maketh 효녀
[HOOC=김현경 기자] “엄마 maketh 효녀”. 영화 ‘킹스맨’의 명대사 “Manners maketh man”을 제 식대로 바꿔보았습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엄마’라는 역할은 철부지 딸을 효녀로 만들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여전히 효녀는 못되는 것 같지만, 적어도 이전보다는 더 부모님을 생각하는 딸이 됐다는 뜻입니다.

흔히 여자는 결혼을 하면 친정이 애틋해진다고 하는데, 저는 결혼도 그렇지만 출산을 하고 나서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엄마 아빠도 지금의 나처럼 기뻐하셨을까? 나처럼 여기저기 자식 자랑을 하고 싶어 안달이셨겠지? 전에는 관심 없었던 부모님의 젊은 시절이 궁금해졌습니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아서 속상할 때에는 하루 종일 밥 먹으라고 잔소리 하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엄마가 열심히 차린 밥을 자식이 먹지 않는 건 무척이나 속상한 일이구나, 부모는 자식이 배불리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른 거구나 싶었습니다.

아이가 아플 때는 내가 아팠을 때가 기억났습니다. 나를 업고 병원으로 달리고 밤새 내 머리맡을 지키던 부모님은 얼마나 가슴을 졸이셨을까 생각하니 뒤늦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빠는 나를 키우기 위해,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사셨을까. 나는 자식 한 명도 키우기 힘들어서 쩔쩔매는데 엄마는 어떻게 여섯이나 키워내셨을까. 새삼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이 다음에 자식 낳아보면 너도 내 마음 알 거다”라는 말을 저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안 낳을 거야”라거나 “자식 낳아도 난 안 그럴 거야”라고 큰소리쳤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자식을 낳아보니 그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엄마로 사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되고, 자식일 때는 몰랐던 부모의 마음을 부모가 돼서야 조금 헤아릴 수 있게 됐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엄마, 아빠의 자리가 사실은 엄청난 노력의 결과로 유지돼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나의 부모님은 내 엄마, 아빠이기 이전에 한 여자, 남자였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엄마 개인의 삶, 아빠 개인의 삶도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물론 저는 지금도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는 애물단지 자식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엄마로 열심히 살다보면 그만큼 부모님의 마음도 더 이해하고 친구같은 자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어버이날에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카네이션을 만들어봐야겠습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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